신준식 자생한방병원 명예이사장 "현대화한 한의학 비법, 이제 해외서 먼저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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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친 秘方, 추나요법 등으로 현대화
미국 의사 정규 교과과정에 채택
"현대의학 본고장서 인정 받아 뿌듯
양의학과 대등한 입지 갖추려 노력"
![신준식 자생한방병원 명예이사장 "현대화한 한의학 비법, 이제 해외서 먼저 찾아"](https://img.hankyung.com/photo/201810/AA.17955611.1.jpg)
60여 년이 지났다. 신 명예이사장은 의서에 나온 비방을 추나요법, 동작침법 등 비수술 척추치료법으로 현대화했다. 미국 정골의학협회(AOA)는 지난달 이 치료법을 정식 보수교육 과목으로 채택했다. 한의학이 미국 전역으로 뻗어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신 명예이사장은 “아버지가 10년간 집대성한 비방을 토대로 탄생한 치료법이 미국에서 인정받게 돼 뿌듯하다”며 “한의학이 서양의학과 대등한 입지를 갖출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다.
의료인은 면허를 유지하기 위해 일정 기간마다 보수교육을 받아 학점을 채워야 한다. 미국 의료인들은 자생한방병원의 한방 비수술 치료법 교육을 이수하면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신 명예이사장은 이를 기념해 지난 6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국제 정골의학콘퍼런스(OMED) 2018’에서 한방 비수술 치료법을 강연했다. 의료인 3만여 명이 참여하는 이 행사에서 한의사로 연단에 선 사람은 신 명예이사장뿐이었다. 그는 “한방 치료의 효능을 알아주고 적극적으로 의료인 교육 현장에 적용한 미국 의료계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미국 의료인 면허는 의사(MD)와 정골의학의사(DO)로 나뉘어져 있다. 2020년 이를 통합할 계획이다. 신 명예이사장이 참석한 OMED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다. 국내에선 의사와 한의사 간 갈등 때문에 의료 일원화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신 명예이사장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은 전통에 대한 가치를 폄하해 식민정치의 위상을 높이고자 했다”며 “서양의학을 적극적으로 보급하고 한의학을 비과학적 미신이라고 핍박한 것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신 명예이사장이 평생 공을 들인 한의학의 현대화·과학화는 부친이 힘쓴 독립운동 정신을 이어 일제시대 잔재를 청산하는 또 다른 방법이었다. 그는 비수술 척추치료법을 표준화하기 위해 대한추나학회를 만들고 자생척추관절연구소도 세웠다. 그는 “현대의학의 본고장인 미국 의사들이 다른 국가의 전통의학도 과학적으로 검증됐다면 언제든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는 점이 인상적”이라며 “앞으로 세계 의사들과의 학술 및 기술 교류를 더욱 늘려가겠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