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면담을 위해 방북했을 당시 북한 측이 통역과 면담 인원 등을 제한하며 '엄격한 통제'에 나섰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폼페이오, 방북 시작부터 힘든 흥정에 직면'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 방북한 풀 기자단 소속 한 기자의 전언이라며 평양에 도착한 순간부터 북한 당국자들은 폼페이오 장관이 다가올 논의의 조건들을 정하는 데 있어 운신의 폭이 얼마나 없는지를 분명히 했다고 소개했다.
폼페이오 장관에게 '까다로운 가이드라인'을 전달한 것은 바로 공항으로 영접 나온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었다.
두 사람은 폼페이오 장관의 중앙정보국(CIA) 국장 시절부터 가동된 북미 간 막후채널의 카운터파트였다.
유엔총회 기간인 지난달 26일 폼페이오 장관이 뉴욕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회동하면서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가 김 부위원장에서 리 외무상으로 바뀌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김 부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북 때에도 공항에서 직접 그를 맞는가 하면 오찬에 배석하는 등 건재함을 보였다.
다만 그는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과의 면담에는 배석하지 않았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공항 활주로에서 폼페이오 장관을 맞은 김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과의 면담장에 3명만 함께 들어갈 수 있으며 폼페이오 장관 측 통역사는 들어갈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경호원은 무기를 놔두고 와야 한다는 것도 알렸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 부위원장에게 "잘 해보자"고 했고, 경호원에 대한 통제 조치 등에 대수롭지 않은 듯 해당 경호원을 '덩치가 큰 사람'이라면서 웃어 보였다.
블룸버그 통신은 당일치기 방문의 시작을 알린 이 짧지만 긴장감 돈 순간은 폼페이오 장관이 김정은 정권으로부터 사소한 양보 하나라도 얻어내기 위해 얼마나 힘겹게 싸워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고 전했다.
실제 이날 공개된 면담 사진을 보면 미국 측에서는 폼페이오 장관 외에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과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만 배석하고 미국 측 통역사는 좌석 배치상 보이지 않았다.
블룸버그 통신은 폼페이오 장관이 "중대한 진전이 이뤄졌다"고 했지만, 실제 어떤 성과들이 이뤄졌는지 불분명해 보이고 알려진 것만 놓고 보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비핵화 협상의 민감성 등을 감안할 때 북미가 일정한 합의에 도달하고도 공개적으로 발표를 안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폼페이오 장관이 귀국 후인 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하기로 돼 있는 만큼, 방북 결과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먼저 보고한 뒤 발표하려는 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통신은 '빈손 논란'을 빚었던 7월초 3차 방북에 비해선 이번 4차 방북이 '진전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지난 몇 달 북미 간 '외교적 밀당'의 분명한 승자 중 한 명은 김 위원장이라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고립된 불량정권의 독재자 이미지를 탈피, 미국 대통령 및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는 한 나라의 정상으로 비침으로써 국내적으로도 엄청난 이득을 맛봤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