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투자증권 본사.  /하이투자증권 제공
하이투자증권 본사. /하이투자증권 제공
DGB금융지주의 하이투자증권 인수 절차가 지난달 12일 완료됐다. 하이투자증권은 금융지주 계열사로 처음 편입되며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이 DGB금융지주의 품에 안긴 건 DGB금융지주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10개월 만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 11월 계약 당시 매각가는 4500억원이었으나 올해 상반기 호실적을 낸 덕에 200억원 늘어나 4700억원으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하이투자증권의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한 337억원으로 올해 연간 순이익 목표치인 340억원에 이미 근접했다. 채권본부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207%, 부동산금융은 29% 증가했다.

하이투자증권은 1989년 부산에서 제일투자신탁으로 시작했다. 펀드판매 등 자산관리에 강점이 있고, 옛 지방 5대 투신사 중 1997년 외환위기 때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2004년 CJ그룹에 편입돼 CJ투자증권이 됐다가 2008년 현대중공업에 매각돼 하이투자증권으로 이름을 바꿨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이 지주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매물로 나와 DGB금융지주가 인수했다.

최근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은 하이투자증권의 장기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단기신용등급은 ‘A2+’에서 ‘A1’으로 한 단계씩 올렸다. 2015년 말 조선업 부진으로 모기업인 현대중공업그룹의 계열사 지원 가능성이 낮아지며 신용등급이 하락했지만 DGB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돼 다시 올랐다.

하이투자증권의 부동산금융 부문은 투자은행(IB) 관련 수익의 5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다. 신용등급 상향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오르면서 ‘A+’ 등급을 요구하는 PF딜에도 참여하게 됐고 PF 금리도 낮아지는 효과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은 2010년 PF사업을 시작한 후 약 200건의 PF 대출을 하는 과정에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를 겪은 적이 없다.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복합리조트 등을 포함해 아파트·주택 PF뿐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PF를 따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처음으로 금융지주 자회사가 된 만큼 금융계열사 간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DGB금융지주는 하이투자증권 인수로 은행과 증권을 연계한 복합점포를 개설할 수 있게 됐다. 하이투자증권은 복합점포에서 DGB금융 자회사인 대구은행 고객들에게 증권상품을 판매하고 은행의 기업 고객들이 기업공개(IPO)를 하거나 회사채를 발행할 때 이들을 대상으로 IB 영업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로 다른 지역 거점도 이점으로 꼽힌다. 하이투자증권은 부산과 울산, 경남 지역에 16개 지점과 서울·경인에 10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대구은행 지점은 대구와 울산, 경북에 90%가 몰려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대구은행을 통해 대구·경북(TK)으로, 대구은행은 하이투자증권을 통해 부산과 수도권으로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