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R&D 투자 200억
지난해 순이익의 60% 달해
"국내외 M&A 물건 적극 검토"
‘미투(Me too) 제품’이란 특정 회사 상품이 성공하면 경쟁 회사들이 비슷한 기능, 재료, 상품명 등을 활용해 내놓는 제품을 말한다. 모방하기 쉬운 식품산업의 특성 때문에 성공한 제품을 벤치마킹해 잇따라 상품화하는 미투 제품이 국내엔 적지 않다. 국내 ‘빅3’ 식품회사인 동원그룹 회장이 미투 제품을 만들지 않겠다고 밝힘에 따라 업계의 이 같은 ‘상품 베끼기’ 관행이 개선될지 관심이 쏠린다.
김 회장은 이 같은 원칙을 지키기 위해 동원F&B를 비롯한 동원그룹 계열사들의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투 제품에서 벗어나 동원만의 차별화된 식품을 내놓을 수 있는 길은 R&D뿐”이라며 “그래야만 새로운 해외 시장도 개척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원F&B는 올해 R&D 예산을 200억원으로 책정했다. 지난해 회사 순이익(320억원)의 63%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를 통해 연구시설을 확충하고, 올해 초 50명이던 연구인력도 연말까지 100명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R&D 투자를 강화한 이후 새우소를 적용한 만두인 ‘개성왕새우만두’와 액상형 간편대용식인 ‘덴마크밀스드링크’ 등을 출시하는 성과를 거뒀다”며 “올해 선보인 50개 상품은 모두 미투 제품이 아니라 국내에서 최초로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원F&B는 지난해에도 참치캔과 육가공 가정간편식(HMR) 펫푸드 등의 분야에서 95개의 신제품을 개발해 상품으로 내놓았다. 특히 참치를 활용해 유지함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거나 펫푸드 제품을 만들어 내놓는 등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내는 R&D에 힘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국내외 식품 기업 인수합병(M&A)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동원그룹과 합쳐져 시너지가 나는 회사라면 어떤 회사라도 적극적으로 M&A를 검토하고 있다”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머뭇거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원F&B는 2015년과 2016년 온라인 축산물 유통회사인 금천과 국내 HMR 1위 온라인몰 업체 더반찬을 인수했다. 동원시스템즈는 2015년 베트남 포장재 회사인 TTP와 MVP를 9600만달러에 사들였다. 동원그룹의 최대 규모 M&A는 동원산업이 20008년 델몬트로부터 3억6300만달러에 사들인 미국 1위 참치캔 회사 스타키스트였다.
김 회장은 1935년 전남 강진에서 태어나 강진농고와 부산수산대(현 부경대)를 졸업했다. 23세에 한국 최초 원양어선 지남호의 실습 항해사로 참치잡이를 시작했고, 1969년 자본금 1000만원으로 동원산업을 설립했다. 한국에서 최초로 참치캔을 만들어 팔면서 사세가 급성장했다.
올해 5월 기준 자산 8조원으로 재계 45위인 동원그룹은 동원엔터프라이즈를 지주회사로 동원산업 동원F&B 동원시스템즈 동원홈푸드 등 22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