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노소비체에 있는 현대자동차 공장 직원들이 조립이 끝난 고성능차량 ‘i30N’을 살펴보고 있다. 다음달 가동 10주년을 맞는 이 공장은 연 33만 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체코 노소비체에 있는 현대자동차 공장 직원들이 조립이 끝난 고성능차량 ‘i30N’을 살펴보고 있다. 다음달 가동 10주년을 맞는 이 공장은 연 33만 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신뢰, 현장, 투명….’

지난 5일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 기차로 네 시간을 달려 도착한 현대자동차 체코 공장. 공장 곳곳에 품질과 신뢰를 강조한 글귀가 눈에 띄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품질경영 의지를 담았다”고 현장 직원들은 설명했다. ‘10년 무파업’ 등 노사화합을 바탕으로 변방의 소형차 생산 공장에서 고성능차의 메카로 탈바꿈한 현장이기도 하다.

대지 200만㎡ 규모의 이 공장은 오스트라바시 인근 노소비체에 있다. 2008년 양산을 시작했으며 i30, 투싼 등 6개 차종을 생산한다. 엔진을 제외한 변속기, 프레스, 차체조립, 도장, 의장공장을 모두 갖추고 있다. 연간 생산능력은 33만 대. 3200명의 공장 직원 중 주재원 40여 명을 제외한 대부분이 체코 현지인들이다. 다음달 공장 가동 10주년을 맞는다.

◆연간 33만대 생산

임금협상 격년제…합심이 만든 '고성능차 메카'
“쿵쾅 쿵쾅.” 프레스 공장에 들어서니 철판을 누르고, 자르는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차체조립 공장엔 로봇 367대가 불꽃을 튀기며 작업을 했다. 차체 겉면을 다듬고 색을 입히는 도장공장 라인엔 20~30대 체코 현지 근로자가 조를 맞춰 작업했다. 의장공장을 통과한 뒤 마지막 테스트 라인에서 최종 점검을 받으면 완성차가 탄생한다. 이곳에서 생산한 차는 독일과 영국, 스페인, 호주, 뉴질랜드, 중남미 등 세계 63개국으로 수출된다. 2009년 14만 대였던 생산 대수가 지난해 35만6700대로 약 2.5배로 증가했다. 2015년부터 공장 가동률은 매년 100%를 넘는다.

시간당 생산대수(UPH)는 66대. 한 시간에 66대(의장공장 기준)의 완성차를 조립한다. 이종훈 체코 공장 생산실장(이사)은 “1분에 한 대 이상 차를 생산하고 있다”며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비교해도 빠른 편”이라고 설명했다.

또 체코 공장은 85㎞ 떨어진 기아자동차 슬로바키아 공장과 19개 협력사 부품을 공유한다. 생산 경쟁력과 수익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체코 공장 직원들의 평균 나이는 37세로 젊은 편이다. 생산직 직원의 평균 급여는 월 190만원 정도로 한국의 4분의 1을 밑도는 수준이다.

◆노사 화합으로 경쟁력 확보

안정적 노사 관계도 현대차 체코 공장의 강점으로 꼽힌다. 공장 가동 이후 10년 동안 노동조합은 파업한 적이 없다. 노조는 지난해 ‘통 큰’ 양보까지 했다. 매년 하던 임금협상을 2년에 한 번 하기로 한 것. 양동환 현대차 체코법인장(전무)은 “노사 협상에 들이는 시간과 비용을 줄여 생산성과 품질 경쟁력 확대에 힘을 쏟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체코 공장은 올해 파리모터쇼(10월4~14일)에 선보인 i30 패스트백 N 등 고성능차 라인업을 늘리기로 했다. 유럽의 소형 자동차 생산 공장에서 고성능차 생산기지로 거듭나고 있다는 평가다.

체코에선 현대차가 몰락하던 지역 경제를 살려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공장 가동에 들어간 2008년 당시 노소비체와 인근 오스트라바는 주력 산업인 철강업 쇠퇴로 고전하고 있었다.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프라하와 인근 슬로바키아 등지로 떠났다. 하지만 현대차 공장이 들어선 뒤 매년 일자리가 늘면서 지역 경제가 활기를 되찾았다. 현대차 공장을 비롯해 현대모비스 등 동반 진출한 부품사 등의 고용 규모를 합치면 일자리는 2만여 개에 이른다.

노소비체(체코)=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