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과제 초당적 뒷받침 강조…헌재 공백엔 "책무 다해야" 고강도 지적
국감 첫날 "타당한 지적 수용하되, 오해 없도록"…野 과도한 비판 우려도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감사 첫날인 10일 "정부를 견제하는 잣대로 국회도 스스로 돌아보며 기본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며 국회를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놓았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국회에서 판문점선언 비준동의가 미뤄지는 점, 헌법재판관 3명의 공백이 길어지는 점 등을 열거하며 이런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이 국회를 직격한 데에는 행정부 견제를 위한 입법부의 핵심 수단 중 하나인 국감의 첫날이라는 상징적 일시를 계기 삼아 행정부에만 할 일을 요구하지 말고 입법부인 국회도 제격에 맞는 일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국회, 그중에서도 판문점선언 비준동의 같은 굵직한 현안에 가장 강하게 제동을 거는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태도를 이율배반적이라고 문 대통령이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문대통령, 국회 작심비판…직무유기·시대착오 짚었나
문 대통령은 이날 판문점선언 비준동의 문제와 관련해 "한반도 상황이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국회는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을 상임위에 상정조차 하지 않은 채 제자리에 멈춰있다"고도 밝혔다.

수차례 비준동의를 요청했음에도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반년이 지나도록 국회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는 데 대한 답답한 심정이 서린 언급으로도 읽힌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논의가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지지는 물론, 국내 정치세력의 초당적 지지 또는 적어도 시민사회의 여론에 비례한 압도적 지지가 요구된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문 대통령은 평양 방문을 앞둔 지난달 11일 국무회의에서도 "중차대한 민족사적 대의 앞에서 제발 당리당략을 거두어주시기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달 3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평양 방문 당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방북단 합류가 무산된 데다,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평양에서 한 '국가보안법 발언'을 두고 여야가 충돌하는 등 남북대화를 둘러싼 대립은 날로 격해지는 양상이다.
문대통령, 국회 작심비판…직무유기·시대착오 짚었나
헌법재판관 공백 장기화를 두고 "국회의 책무 소홀히 다른 헌법기관의 공백 사태를 초래하고 국민의 헌법적 권리까지 침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국회에서의 대립이 입법부의 울타리를 벗어나 사법부의 정상적 운영을 방해하고 이로 인해 국민의 헌법적 권리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국회에서 국민투표법 개정안이 시한 내에 처리되지 않으면서 지방선거·개헌 동시투표가 무산됐을 때에도 "국회는 개헌안을 단 한 번도 심의하지 않은 채 국민투표 자체를 할 수 없게 만들었다"며 "이런 비상식이 아무런 고민 없이 되풀이되는 우리 정치를 저로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날 국감이 시작됐다는 점도 문 대통령의 이번 '작심비판'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국감에서 보수 야권을 중심으로 정부의 정책 기조에 대한 공세가 거세져 여론의 관심이 여야 간 공방에만 집중된다면, 정부의 국정운영 동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정부에 대한 과도한 비판 과정에서 자칫 정책 효과를 둘러싼 잘못된 정보가 국민에게 전달돼 오도된 인식으로 굳어져선 안 된다는 걱정도 문 대통령의 발언에서 묻어난다.

문 대통령은 "타당한 지적과 합리적 대안은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정책 반영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면서도 "잘못된 지적과 오해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나 정부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 국민이 공연한 걱정을 하지 않도록 해주기 바란다.

고용의 질 개선 등 정부 정책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서는 국회와 국민께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