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기도를 대한민국 최고의 삶의 질을 자랑하는 중심도시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제공
이재명 경기지사가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기도를 대한민국 최고의 삶의 질을 자랑하는 중심도시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제공
이재명 경기지사(54)는 “‘경기 퍼스트’ 정책을 민선 7기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해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삶의 질을 자랑하는 중심도시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의 모든 잠재력과 기회, 자원, 역량 등이 온전히 도와 도민을 위해 쓰일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성남시 민선 5·6대 시장을 거쳐 6·13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에 당선된 이 지사는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기 퍼스트 정책은 도민의 삶을 향상시키는 정책을 최우선 시행하고, 삶의 질을 저하하는 요인을 개선한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도입을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공재인 부동산에 세금을 매겨 연 400조원의 불로소득을 공공이 흡수해 국민에게 돌려주면 불로소득에 의한 빈부 격차 등 사회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도입을 경기도에서 먼저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공정, 평화, 복지를 ‘3대 도정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 지역화폐 도입, 공공산후조리원 확대 등 복지공약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평화통일경제특구 조성 등 185개 실행 공약을 제시했다. 그는 “복지는 돈이 아니라 의지와 방향성, 철학의 문제로 비효율적인 사업을 구조조정해 복지예산을 확보하면 경기 퍼스트 정책은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도입을 제안했습니다.

“부동산 투기로 인한 불로소득을 공공이 환수해 국민에게 돌려주려는 것입니다. 모든 토지에 보유세를 부과하고 걷힌 세금을 그대로 국민에게 돌려주면 저항이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방세법에 국토보유세 과세 근거를 마련하고 광역지방자치단체에 권한을 위임하면 현행 헌법 아래서도 시행이 가능합니다. 토지공개념이 헌법에 도입됐지만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으면서 부동산이 특정 소수의 투기 수단이 돼 불로소득으로 인한 빈부 격차를 확대하는 등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복지를 확대하고 사회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경기도가 먼저 국토보유세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겁니다.”

▶지역화폐 도입과 청년배당 시행이 도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봅니까.

“이들 정책은 소상공인과 실업 상태 도민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도의 ‘공정’ 정책의 토대가 됩니다. 지역화폐는 도내 31개 시장 및 군수가 발행권자로 각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성남·안양·이천시와 가평군 등 4개 시·군이 발행하는데 올해 말부터 차례로 확대해 내년부터 2022년까지 도내 지역화폐 발행 규모를 1조5900억원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지역화폐를 지역에서 사용하면 소상공인은 장사가 안 돼 폐업하는 어려움이 크게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역경제가 자연스럽게 활성화되겠지요.”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일자리 대책도 중요합니다.

“첫째도 일자리, 둘째도 일자리라는 생각으로 우선 공익적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경기도일자리재단, 시·군 일자리센터와 함께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했어요. 버스운수 종사자 채용지원사업 등 다양한 일자리 사업을 마련해 청년실업을 해소하고 경력단절녀 재취업을 돕고 있습니다.”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많은 기업을 유치해야 합니다.

“3조원을 투입해 화성시 송산그린시티에 조성하는 화성국제테마파크사업이 대표적입니다. 이 사업은 418만9000㎡에 테마파크, 워터파크, 상업시설, 골프장 등 세계적 수준의 복합리조트형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고용유발 효과가 1만 명에 이릅니다. 선진 기술을 가진 해외 기업 유치를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도 마련할 것입니다.”

▶공공산후조리원 확대 등 출산장려 정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경기지역 출생아가 9만4088명으로 10만 명 아래로 떨어지고 전국 평균 출산율(1.052명)을 겨우 넘기는 등 전국 12위(평균 출산율 1.060명)에 머물렀습니다. 이는 출산가정의 경제적 부담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경기도는 경제적 부담 완화를 위해 도 전역에 공공산후조리원을 설립합니다. ‘경기도 산후조리비 지원에 관한 조례안’에 따라 출산가정에 50만원의 산후조리비를 지역화폐로 지급합니다. 내년 4월 여주시에 이어 2021년 포천시에 공공산후조리원을 개원하는 계획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입니다.”

▶경기 북부의 통일경제특구 조성사업은 구체화되고 있습니까.

“남북한 평화협력시대를 맞아 물질적인 교류협력사업은 북한과 접하고 있는 경기도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10·4 남북 공동선언’ 11주년 공동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북한을 방문한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북한 옥류관의 남한 1호점 유치 등 6개 항을 합의하고 돌아왔습니다. 8년 만에 남북교류협력사업이 재개된 겁니다. 평화통일경제특구 3305만㎡를 조성하면 약 7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올해 안에 북한을 방문해 경기도 차원의 교류협력을 구체화할 것입니다.”

▶낙후된 경기 동북부지역의 사회간접자본 확충도 시급한데요.

“지난 8월 1차 추가경정예산에 경기 동북부지역 기반시설 확충을 위한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분야별로는 광주 도척~실촌 도로 건설과 동북부지역 도시재생 등에 3357억원을 우선 배정했습니다. 수도권 규제와 군사시설 보호규제 등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반영한 것입니다. 경기 동북부 지역민의 생활편의를 위해 도로 확충 등 사회간접자본 시설을 늘려나가겠습니다.”

■이재명 경기지사 약력

△1964년 경북 안동 출생
△1976~1981년 성남공단 노동자
△1986년 제28회 사법시험 합격
△1989년 변호사 개업
△2003~2004년 성남참여연대 집행위원장
△2010~2018년 민선 5, 6기 성남시장
△2018년 7월~ 민선 7기 경기지사
이재명 경기지사(가운데)가 지난달 17일 수원 영동시장을 방문해 상가를 둘러보고 있다. /경기도 제공
이재명 경기지사(가운데)가 지난달 17일 수원 영동시장을 방문해 상가를 둘러보고 있다. /경기도 제공
■이재명 경기지사는

소년공 출신 인권변호사…성남서 시민운동 활동도
청년배당·무상교복 등 '3대 무상복지'로 주목

이재명 경기지사는 ‘뚝심의 사나이’ ‘흙수저 출신 도지사’ ‘공정의 전도사’ 등의 별명으로 불린다. 소년공, 중·고교 검정고시 등 치열하게 살아온 그의 역정을 함축하고 있다.

이 지사는 1964년 경북 안동에서 화전민 가정의 5남2녀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졸업과 함께 경기 성남시로 이사해 시계공장 등을 전전하는 소년공이 됐다. 소년공 시절 후각세포가 55% 괴사하고 프레스 기계에 팔이 눌려 장애인등급 판정을 받는 등 각종 사고를 당했다.

“지옥 같은 생활에서 탈출하기 위해 공부를 선택했다”는 이 지사는 주경야독으로 고입과 대입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그는 가정형편을 고려해 전액장학금에 매월 생활비를 주는 중앙대 법학과에 진학했다.

이 지사는 1986년 제28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판·검사 임용을 앞두고 군사정권의 주구(走狗)가 되지 않겠다는 소신과 집안 형편 사이에서 고민했다. 이때 인권변호사 노무현의 강의를 듣고 그의 철학에 매료돼 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인권변호사 활동은 성남에서 시작했다. 시민들과 뜻을 모아 ‘성남시민모임’을 창립해 시민운동에도 뛰어들었다. 그는 2004년 성남 옛시가지에 시립병원을 설립하기 위한 주민발의 조례안이 성남시의회에서 47초 만에 부결되는 것을 보고 시민의 권한을 대리하는 시장이 돼 시립병원을 설립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2010년 성남시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고 2014년에는 재선에 성공했다. 청년배당과 무상산후조리, 무상교복으로 대표되는 3대 무상복지가 핵심 정책이었다. 경기지사에 당선된 뒤 불법 고리사채와의 전쟁, 수술실 폐쇄회로TV(CCTV) 설치,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제안 등 도민을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

수원=윤상연 기자 syyoon11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