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9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차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오는 11월6일 미국 중간선거 이후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회담 장소로는 “싱가포르가 아닌 3~4곳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이오와주 지원 유세장으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미·북 정상회담 일정을 조율하기에는 선거 유세가 너무 바쁘다”며 “지금 당장 (정상회담에) 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교가에선 구체적인 성과가 없으면 중간선거에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회담 장소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에는 미국 땅에서, 그리고 그들(북한)의 땅에서 많은 회담을 하게 될 것”이라며 “그건 쌍방향”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2차 미·북 정상회담이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개인 별장인 마러라고리조트나 워싱턴DC, 혹은 북한이 선호하는 평양에서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핵화 협상이 진전돼 종전선언이 가시화될 경우 판문점이 낙점될 수도 있다. 스위스, 스웨덴 등 유럽의 ‘중립지역’도 후보지로 꾸준히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미국과 북한을 오가는 ‘셔틀 정상회담’을 시사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북한 비핵화가 단기간에 해결될 가능성이 작은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핵심축으로 하는 ‘톱다운 외교’가 이어질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협상이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엔 “(협상 진전의) 속도가 놀랍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비핵화 결단을 내리면) 북한이 엄청나게 경제적으로 성공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우리는 제재를 해제하지 않고 있으며, 그러려면 우리는 뭔가를 얻어야 한다”고 말해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 해제’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런 가운데 유엔에서 대북제재를 주도한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 대사는 이날 연내 사임을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헤일리 대사가 6개월 전쯤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CNN과 워싱턴포스트(WP)는 헤일리 대사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사이에 끼여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됐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헤일리 대사 후임으로는 디나 파월 전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을 검토하고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밝혔다. 그는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와 가깝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