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5·24 조치 해제 검토 중"…野 "北에 선물부터 주나"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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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국감서 '관계부처와 검토 발언' 거센 후폭풍
파장 커지자 공식 사과
"완전 비핵화 조치 없는데
천안함 유족에 먼저 이해 구해야"
보수 야당 의원들 강력 비판에
"범정부 차원 검토 아니다" 수습
하루종일 '오락가락 발언'
日 언론 "남북군사합의서에
폼페이오가 불만 표시" 보도
오전엔 "아니다" 오후엔 "맞다"
파장 커지자 공식 사과
"완전 비핵화 조치 없는데
천안함 유족에 먼저 이해 구해야"
보수 야당 의원들 강력 비판에
"범정부 차원 검토 아니다" 수습
하루종일 '오락가락 발언'
日 언론 "남북군사합의서에
폼페이오가 불만 표시" 보도
오전엔 "아니다" 오후엔 "맞다"
정부가 10일 북한의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응해 내린 ‘5·24 조치’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실질적 진전이 없는 데다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공조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섣부른 대북 제재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강 장관 말바꾸기 논란, 野 반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5·24 조치를 해제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5·24 조치 해제 여부를 묻는 질문에서다. 강 장관은 “우리가 금강산 관광을 못하는 것은 (유엔) 제재 대상이라서가 아니라 5·24 조치 때문이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5·24 조치는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 교류협력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남북 교역 중단, 북한 선박의 남측 해역 운항 불허, 대북 신규 투자 금지 등이 주요 내용이다. 야권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 등 태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해제에 반대하고 있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5·24 조치 해제는 남은 제재 중 교역 중단, 신규 투자 중단을 풀어주겠다는 것”이라며 “북한이 요구하는 ‘큰 선물’을 주겠다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천안함 피해 유가족들에게 먼저 찾아가 이해를 구하는 게 순서”라고 덧붙였다.
강 장관은 오후 속개된 국감에서 “범정부 차원에서 5·24 조치 해제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로서는 (관련 조치 해제를) 늘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는 차원에서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장관이 입장을 번복하자 야당은 기다렸다는 듯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 김무성 한국당 의원은 “주무부처인 통일부도 (5·24 조치) 해제 발언을 아직 안 했는데 함부로 이런 발언을 해도 되냐”고 질타했다. 강 장관은 “말이 앞섰다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은 “언제부터 외교부 장관이 통일부 장관을 겸직하는 것인지 혼란스럽다”고 비꼬았다. 금강산 관광은 2008년 7월 박왕자 씨 피살 사건으로 중단돼 5·24 조치와 무관한데도 강 장관이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공식 사과에도 논란 증폭
사태가 커지자 외교부는 “현 단계에서 정부 차원에서 (5·24 조치 해제)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수습에 나섰으나 사태는 가라앉지 않았다. 이정현 무소속 의원은 “사실이 아닌데 그렇게 말했다는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 위증 고발까지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장관은 “관계부처가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는 의미였다”며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것에 다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병석 민주당 의원은 “강 장관이 오전 발언에 대해 오후에 해명, 소명, 수정하고 몇 차례에 걸쳐 사과했다”며 “외교부 장관으로서 한자리에서 네댓 번 사과하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두둔했다.
야당은 발언 자체를 취소하라고 맹폭했다. 정진석 의원은 “강 장관의 발언은 5·24 조치 해제를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을 한 것”이라며 “발언 자체에 대해 사과해야 옳다”고 지적했다. 윤상현 한국당 의원도 “정부가 대북 제재를 형해화하려고 공개적으로 언론에 터뜨리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장관의 발언은 같은 날 열린 국방부 국감에도 영향을 미쳤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 국감에서 강 장관의 발언에 대해 “외교부와 얘기한 적이 없다”며 “외교부 자체 생각이라 본다”고 선을 그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진전이 없는데 정부가 제재 해제를 시사하는 행동을 하면 미국과의 정책 공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폼페이오 “남북 군사합의에 불만”
이날 강 장관의 오락가락 발언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강 장관은 지난달 남북한 정상회담 때 나온 남북 군사합의서에 대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불만을 표시한 것이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강 장관은 이날 국감에서 정진석 의원이 “남북 정상회담 후 폼페이오 장관이 전화 통화에서 남북 군사합의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느냐”고 묻자 “맞다”고 답했다. 강 장관은 다만 “폼페이오 장관이 항의하면서 미국식 욕설을 했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고 답했다.
이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미 외교장관 통화 때 남북 군사합의서를 두고 폼페이오 장관이 강 장관을 힐난했다”고 보도했다. 외교부는 그러나 이날 오후 “폼페이오 장관이 힐난, 격분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정부는 남북 군사회담 등 군사 분야 합의서 체결을 위한 모든 과정에서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해 왔다”고 밝혔다. 강 장관이 외교부의 공식 입장까지 부인한 셈이어서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채연/이미아 기자 why29@hankyung.com
◆강 장관 말바꾸기 논란, 野 반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5·24 조치를 해제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5·24 조치 해제 여부를 묻는 질문에서다. 강 장관은 “우리가 금강산 관광을 못하는 것은 (유엔) 제재 대상이라서가 아니라 5·24 조치 때문이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5·24 조치는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 교류협력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남북 교역 중단, 북한 선박의 남측 해역 운항 불허, 대북 신규 투자 금지 등이 주요 내용이다. 야권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 등 태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해제에 반대하고 있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5·24 조치 해제는 남은 제재 중 교역 중단, 신규 투자 중단을 풀어주겠다는 것”이라며 “북한이 요구하는 ‘큰 선물’을 주겠다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천안함 피해 유가족들에게 먼저 찾아가 이해를 구하는 게 순서”라고 덧붙였다.
강 장관은 오후 속개된 국감에서 “범정부 차원에서 5·24 조치 해제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로서는 (관련 조치 해제를) 늘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는 차원에서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장관이 입장을 번복하자 야당은 기다렸다는 듯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 김무성 한국당 의원은 “주무부처인 통일부도 (5·24 조치) 해제 발언을 아직 안 했는데 함부로 이런 발언을 해도 되냐”고 질타했다. 강 장관은 “말이 앞섰다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은 “언제부터 외교부 장관이 통일부 장관을 겸직하는 것인지 혼란스럽다”고 비꼬았다. 금강산 관광은 2008년 7월 박왕자 씨 피살 사건으로 중단돼 5·24 조치와 무관한데도 강 장관이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공식 사과에도 논란 증폭
사태가 커지자 외교부는 “현 단계에서 정부 차원에서 (5·24 조치 해제)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수습에 나섰으나 사태는 가라앉지 않았다. 이정현 무소속 의원은 “사실이 아닌데 그렇게 말했다는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 위증 고발까지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장관은 “관계부처가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는 의미였다”며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것에 다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병석 민주당 의원은 “강 장관이 오전 발언에 대해 오후에 해명, 소명, 수정하고 몇 차례에 걸쳐 사과했다”며 “외교부 장관으로서 한자리에서 네댓 번 사과하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두둔했다.
야당은 발언 자체를 취소하라고 맹폭했다. 정진석 의원은 “강 장관의 발언은 5·24 조치 해제를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을 한 것”이라며 “발언 자체에 대해 사과해야 옳다”고 지적했다. 윤상현 한국당 의원도 “정부가 대북 제재를 형해화하려고 공개적으로 언론에 터뜨리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장관의 발언은 같은 날 열린 국방부 국감에도 영향을 미쳤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 국감에서 강 장관의 발언에 대해 “외교부와 얘기한 적이 없다”며 “외교부 자체 생각이라 본다”고 선을 그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진전이 없는데 정부가 제재 해제를 시사하는 행동을 하면 미국과의 정책 공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폼페이오 “남북 군사합의에 불만”
이날 강 장관의 오락가락 발언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강 장관은 지난달 남북한 정상회담 때 나온 남북 군사합의서에 대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불만을 표시한 것이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강 장관은 이날 국감에서 정진석 의원이 “남북 정상회담 후 폼페이오 장관이 전화 통화에서 남북 군사합의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느냐”고 묻자 “맞다”고 답했다. 강 장관은 다만 “폼페이오 장관이 항의하면서 미국식 욕설을 했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고 답했다.
이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미 외교장관 통화 때 남북 군사합의서를 두고 폼페이오 장관이 강 장관을 힐난했다”고 보도했다. 외교부는 그러나 이날 오후 “폼페이오 장관이 힐난, 격분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정부는 남북 군사회담 등 군사 분야 합의서 체결을 위한 모든 과정에서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해 왔다”고 밝혔다. 강 장관이 외교부의 공식 입장까지 부인한 셈이어서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채연/이미아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