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오른쪽)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현수 차관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오른쪽)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현수 차관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가 국정감사장에 대기업 임원을 줄줄이 증인으로 불러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을 압박했다. 사실상 공공기관에서만 돈이 걷혀 목표액 달성에 한참 모자라자 민간 기업에 대놓고 손을 벌린 것이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당시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자 여·야·정이 FTA 비준 대가로 설치를 약속한 것이다. FTA로 수혜를 보는 대기업이 일정 금액을 나눠 내 농어촌 지원에 쓰자는 취지다. 작년 3월 출범했으며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총 1조원을 모으는 게 정부 목표다.

농해수위는 10일 국감에 주은기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장(부사장), 서경석 현대자동차그룹 전무, 정현천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사회공헌위원회 전무, 이시용 LG전자 구매경영센터장(전무), 이종현 롯데지주 전무 등 5대 그룹 핵심 임원을 증인으로 불렀다. 이 자리에서 농해수위 의원들은 특정 기업을 지목하며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을 요구했다.

의원들은 주 부사장에게 “삼성이 대·중소기업협력기금은 내고 있는데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중요하지 않은 것이냐”며 “삼성이 조금만 나눠 내면 농업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촉구했다. 또 정 전무에게는 “300만 농민이 어려우니 여러분이 좀 (상생기금을) 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 전무에게는 “롯데가 상생을 많이 하는데 왜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은 하지 않느냐”는 질의가 들어왔다. 의원들은 질의 과정에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국정농단 사태에서의 기업 모금과 다르다” “이런 ‘갑질’이라면 열 배라도 더 하겠다”는 발언도 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대기업 임원들은 “잘 검토하겠다”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한 임원은 “사회공헌활동은 다른 방향으로 해왔는데 이 부분에는 소홀했던 것 같다”며 출연 요구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작년 출범 이후 모금액이 부진했다. 지난해 309억6450만원, 올해엔 이달 4일까지 166억5000만원 모금에 그쳤다. 정부가 올해 말까지 2000억원을 모으겠다고 약속했던 점을 감안하면 목표액의 23.8%밖에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모금된 476억1763만원 가운데 98.3%인 468억2563만원이 공기업과 공공기관에서 걷혔다. 한국전력(120억원) 서부발전(123억원) 동서발전(55억원) 남부발전(50억원) 등 발전 공기업 출연액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민간기업 출연은 7억4090만원(1.6%)에 그쳤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