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고 가계대출은 줄이려는 정부 정책의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기업대출 경쟁이 치열해지면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큰 기업은행의 수익성이 다른 은행에 비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기업은행은 250원(1.63%) 하락한 1만5100원에 마감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 등으로 지난달 말부터 상승세를 탔다가 이날 주춤했다.

中企대출 경쟁심화 유탄 우려…기업銀 주가는?
KB증권은 이날 기업은행의 목표주가를 기존 2만원에서 1만7500원으로 낮추고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hold)’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 증권사 유승창 연구원은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영향으로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완화적인 대출을 하고 있어 내년께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초 정부는 금융권의 중소기업 대출 확대를 독려하기 위해 기업대출과 관련한 규제 일부를 완화했다. 기업은행은 올해 6월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이 전체 대출의 78.8%를 차지한다. 국내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소기업 중심의 대출이 은행의 성장성과 대손비용 관리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KB증권은 기업은행의 올 3분기 순이익 추정치(4330억원)도 컨센서스(증권업계 추정치 평균)보다 9.0% 낮게 제시했다.

하지만 올해 실적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연말 배당시즌이 다가오고 있어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의견도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3분기 순이익이 5004억원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11.3%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했다.

한정태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경기가 안 좋을 때도 대출을 늘린 성장정책이 빛을 보면서 이자이익이 작년 동기에 비해 8.5% 늘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캐피탈, 증권, 저축은행 등 자회사의 실적도 좋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주 중 배당수익률(주당 배당금/주가)이 가장 높은 점도 긍정적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올해 예상 배당수익률은 4.23%로 은행업종 평균(3.32%)을 웃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