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살인행위로 규정한 음주운전…어떻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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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상태로 사람 치고도 사과안해…10명 중 4명 재범
문 대통령, 초범도 처벌 강화 지시
"처벌 엄중치 않아 재범률 높아
실수로 여기는 문화 끝내야"
동승자 처벌·단속기준 강화 촉구
음주운전 사고 연 2만건
사상자만 3만3000여명
재범률 45%…3회 이상도 20%
50세 이상 장년층 사고 급증
문 대통령, 초범도 처벌 강화 지시
"처벌 엄중치 않아 재범률 높아
실수로 여기는 문화 끝내야"
동승자 처벌·단속기준 강화 촉구
음주운전 사고 연 2만건
사상자만 3만3000여명
재범률 45%…3회 이상도 20%
50세 이상 장년층 사고 급증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친구 인생이 박살났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 같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삽시간에 퍼지며 1주일 새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훌쩍 넘었고, 10일까지 27만 명가량의 동의를 얻었다.
구체적인 청원 내용은 이렇다. 지난 9월25일 새벽 2시25분께 부산 해운대구 미포오거리에서 술에 만취한 운전자와 동승자가 탑승하고 있던 BMW 차량이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인도에 서 있던 22살 현역 군인 윤창호 씨(휴가 중)와 친구 A씨를 덮쳤다. 이 사고로 윤씨는 서 있던 위치에서 15m를 날아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졌다.
해운대 음주운전 사고가 계기
자신을 두 피해자의 친구라고 밝힌 청원자는 사고 당시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34%였다”며 “한 가정을 무너뜨리고도 반성의 기미조차 없는 반인륜적인 가해자 측 태도에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윤씨는 뇌사 상태로 2주일 넘게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젊은 두 청년의 꿈을 앗아간 이 사건을 접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음주운전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수보회의)에서 “이제는 음주운전을 실수로 인식하는 문화를 끝내야 할 때”라며 초범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강력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청와대 일부 참모들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문제 제기를 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만류했지만 문 대통령은 “부모나 당사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음주 적발은 줄어드는데 재범률↑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음주운전 재범률은 44.1%에 이른다. 음주 단속에 걸리고도 10명 중 4명이 다시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됐다는 얘기다. 특히 2회 이상 음주운전이 적발된 사람 수는 떨어지기는커녕 5년 전에 비해 오히려 늘었다. 2013년 42.7%였던 재범률은 지난해 44.7%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마약류 사범(37.6%)보다 음주운전 재범률이 더 높다는 분석도 있다.
이 결과 전체 교통사고는 감소하는 추세지만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 건수는 여전히 한 해 2만 건가량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음주운전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439명, 부상자는 3만3364명이었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음주운전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처벌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전력이 있는 사람은 음주측정기와 시동시스템을 연결한 잠금장치를 자비로 설치하도록 한 뒤 음주상태에서는 시동을 걸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인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최근 3년간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 개최 결과’를 보면 정부 고위공무원이 저지른 음주운전 87건 중 90%에 가까운 73건이 견책 등 경징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 참모들에게 음주운전 재발 방지 대책을 강조한 것은 공직자들에게 경고성 메시지를 전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처벌 실효성 높여야 재범 막는다
문 대통령의 지시로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 강화 움직임은 빠르게 전개될 전망이다. 정부는 동승자에 대한 적극적 형사처벌, 상습 음주운전자 차량 압수와 처벌 강화, 단속 기준을 현행 혈중알코올농도 0.05%에서 0.03%로 강화하는 방안 등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같은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고 있다. 비슷한 수준의 솜방망이 처벌로는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심어질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통령이 나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수 있을지 되짚어 봐야 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음주사고 피해자인 윤씨 친구들은 음주운전자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이른바 ‘윤창호법’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현행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은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상자가 발생할 경우 음주운전 범죄자에게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게 돼 있지만 실제 양형 기준은 최대 징역 3년만을 선고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양형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음주운전 처벌 기준과 양형을 대폭 강화해 경각심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 같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삽시간에 퍼지며 1주일 새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훌쩍 넘었고, 10일까지 27만 명가량의 동의를 얻었다.
구체적인 청원 내용은 이렇다. 지난 9월25일 새벽 2시25분께 부산 해운대구 미포오거리에서 술에 만취한 운전자와 동승자가 탑승하고 있던 BMW 차량이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인도에 서 있던 22살 현역 군인 윤창호 씨(휴가 중)와 친구 A씨를 덮쳤다. 이 사고로 윤씨는 서 있던 위치에서 15m를 날아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졌다.
해운대 음주운전 사고가 계기
자신을 두 피해자의 친구라고 밝힌 청원자는 사고 당시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34%였다”며 “한 가정을 무너뜨리고도 반성의 기미조차 없는 반인륜적인 가해자 측 태도에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윤씨는 뇌사 상태로 2주일 넘게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젊은 두 청년의 꿈을 앗아간 이 사건을 접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음주운전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수보회의)에서 “이제는 음주운전을 실수로 인식하는 문화를 끝내야 할 때”라며 초범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강력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청와대 일부 참모들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문제 제기를 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만류했지만 문 대통령은 “부모나 당사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음주 적발은 줄어드는데 재범률↑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음주운전 재범률은 44.1%에 이른다. 음주 단속에 걸리고도 10명 중 4명이 다시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됐다는 얘기다. 특히 2회 이상 음주운전이 적발된 사람 수는 떨어지기는커녕 5년 전에 비해 오히려 늘었다. 2013년 42.7%였던 재범률은 지난해 44.7%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마약류 사범(37.6%)보다 음주운전 재범률이 더 높다는 분석도 있다.
이 결과 전체 교통사고는 감소하는 추세지만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 건수는 여전히 한 해 2만 건가량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음주운전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439명, 부상자는 3만3364명이었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음주운전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처벌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전력이 있는 사람은 음주측정기와 시동시스템을 연결한 잠금장치를 자비로 설치하도록 한 뒤 음주상태에서는 시동을 걸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인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최근 3년간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 개최 결과’를 보면 정부 고위공무원이 저지른 음주운전 87건 중 90%에 가까운 73건이 견책 등 경징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 참모들에게 음주운전 재발 방지 대책을 강조한 것은 공직자들에게 경고성 메시지를 전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처벌 실효성 높여야 재범 막는다
문 대통령의 지시로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 강화 움직임은 빠르게 전개될 전망이다. 정부는 동승자에 대한 적극적 형사처벌, 상습 음주운전자 차량 압수와 처벌 강화, 단속 기준을 현행 혈중알코올농도 0.05%에서 0.03%로 강화하는 방안 등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같은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고 있다. 비슷한 수준의 솜방망이 처벌로는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심어질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통령이 나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수 있을지 되짚어 봐야 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음주사고 피해자인 윤씨 친구들은 음주운전자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이른바 ‘윤창호법’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현행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은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상자가 발생할 경우 음주운전 범죄자에게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게 돼 있지만 실제 양형 기준은 최대 징역 3년만을 선고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양형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음주운전 처벌 기준과 양형을 대폭 강화해 경각심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