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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1541억원→6904억원(78.1%↓).’

한국전력공사가 2020년 당기순이익 전망치가 기존 예상보다 78.1% 줄어들 것이라는 충격적인 숫자를 내놨다. 금액으로는 2조4637억원에 달한다. 한전의 올해 당기순이익은 전년(2조7148억원)의 13.6% 수준인 3710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脫원전 정책 직격탄 맞은 한전…2년 뒤엔 순이익 80% 급감 '쇼크'
◆정부 출범 후 급격히 하락한 순이익

지난해 정부 출범 이후 공공기관의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특히 한전 등 에너지 공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는 ‘쇼크’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공기업 내부에서도 무리한 탈원전 정책과 일자리 목표 확대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10일 입수한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38개 공공기관의 2020년 당기순이익(전망치)은 2016년 때의 전망치(9조6375억원)보다 19%(1조8476억원) 줄어든 7조7899억원으로 집계됐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자산 2조원 이상 등의 주요 공공기관은 향후 5년 동안의 재무관리계획을 매년 제출해야 한다.

에너지 공기업의 경영지표 악화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전은 2016년에 전망한 것보다 2020년 당기순이익이 78.1% 줄었다. 한국수력원자력(77.1%)과 한국중부발전(75.1%)의 하락폭도 비슷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기업의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꼽았다. 한전거래소로부터 받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까지의 ‘월간 발전원별 전력거래금액’과 ‘원전 이용률’을 보면 한전의 원전 이용률은 하락하고 화력발전(석탄·LNG) 전력 구매비용이 늘었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와 올해 상반기의 전력거래금액 변화를 보면 원자력발전 구매비용은 지난해 4조5352억원에서 올해 3조5311억원으로 1조원가량 감소했다. 반면 화력발전 구매비용은 15조5229억원에서 18조3899억원으로 3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추 의원은 “가격 변동폭이 작고, 저렴한 원자력을 이용했으면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며 “한전이 설명하는 석탄·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상승만으로 모든 걸 설명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순이익이 수천억원대로 하락하면 앞으론 매년 수조원에 달하는 설비투자 비용도 차입으로 메워야 할 것”이라며 “결국 전기료 인상과 설비 투자 축소 등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탈원전 정책에 한수원 연 7000억원 손실

한전과 가스공사 등 상장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주주들의 손실도 상당할 전망이다. 한전의 주가는 이 정부 들어 이날까지 44.7% 하락했다. 이날까지도 증권사들은 상장사인 한전의 2020년 당기순이익 전망치를 평균 2조237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전의 전망치는 이보다 1조5466억원 낮은 6904억원에 불과해 추가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는 게 증권업계 시각이다.

정부가 한전을 압박하자 목표 주가도 급락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인 작년 5월1일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한전 주가 추정치는 4만5350원이었지만 이날엔 2만6350원으로 41.9%나 하락했다. 한전 지분을 6.2%(지난 8일 기준 1조499억원) 보유한 국민연금의 피해도 상당하다. 업계에선 현 정부 들어서 국민연금이 한전에서만 5000억원 이상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한다.

탈원전 정책의 직격탄을 맞은 한수원도 수익성이 크게 나빠졌다. 이 회사는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서 원자력 발전소의 준공 지연과 정비일수 등의 증가로 올해부터 4년 동안 연평균 7000억원의 수익 감소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추 의원은 “정부가 의도적으로 정비 일수를 늘리도록 압박하면서 수익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줄어드는 듯했던 공공기관의 일자리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 정부가 공공기관의 인력 증원을 권장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적극 전환한 결과다. 한국마사회는 정규직 직원이 2016년 1127명에서 올해 3110명으로 176.0% 늘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역시 같은 기간 인력이 22% 증가했다. 추 의원은 “인력과 기능이 중복되는 공공기관의 인력을 줄이고 방만한 복리후생을 줄이는 노력을 수년간 해왔는데 현 정부 들어 모든 게 원위치로 돌아갔다”며 “인력 구조조정이 쉽지 않은 공공기관 특성상 증원은 신중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