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만에 경영에 복귀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이 한 첫 주요 의사결정은 지배구조 재편이었다. 롯데지주 안에 롯데케미칼 등 11개 계열사를 한꺼번에 편입했다. 이에 따라 롯데지주는 90여 개 계열사 중 62곳을 거느리게 됐다. 롯데는 호텔롯데 상장 작업에도 조만간 나서 지주사 체제를 완성시킬 전망이다.

◆신 회장, 일본 롯데 장악력 문제 없어

돌아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지주사 체제 강화 나섰다
롯데지주가 10일 이사회를 열고 롯데케미칼 지분 23.2%를 확보하기로 한 것은 이 회사가 화학 관련 사업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롯데는 작년 10월 롯데지주를 출범시켰다. 계열사 간 복잡하게 얽혀 있던 순환출자 상호출자를 끊고, 신 회장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재편하기 위해서였다.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일본 롯데로부터 독립해 일본 기업이란 ‘오명’을 벗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신 회장은 한국 지주사(롯데지주)의 최대주주(지분율 10.47%)지만, 일본 지주사(롯데홀딩스) 지분은 4%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다.

유통과 식품 관련 계열사 편입이 시작이었다. 90여 개 계열사 중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등 51곳을 차례로 지주사 아래로 넣었다. 하지만 화학 부문과 호텔·서비스 부문 계열사들이 문제였다. 두 사업부는 일본 롯데의 영향력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 일본 롯데는 지분 99%를 보유한 호텔롯데를 통해 롯데케미칼 롯데물산 롯데건설 등을 거느리고 있다. 신 회장의 ‘경영 공백’ 8개월 동안 일본 롯데와 소통 창구가 막혀 있던 탓에 지배구조 재편 작업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신 회장 복귀로 일본 주주들은 호텔롯데와 롯데물산이 롯데케미칼 지분을 넘기는 데 동의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정밀화학 롯데첨단소재 등의 화학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기도 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지분 매각은 신 회장의 일본 롯데 장악력에 문제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롯데지주는 이날 이사회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발행주식 10%에 달하는 1165만7000주의 자기주식을 소각하기로 결의했다. 롯데 관계자는 “주주친화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시장과의 약속을 실천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돌아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지주사 체제 강화 나섰다
◆롯데카드 등 금융계열사 매각 나설 듯

롯데의 지배구조 재편 작업은 앞으로 두 개의 큰 축으로 움직일 전망이다. 호텔롯데 상장과 롯데카드 등 금융 계열사 매각이다.

호텔롯데는 과거 롯데지주 출범 이전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했다. 계열사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한국 롯데가 일본 롯데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호텔롯데 상장이 가장 유리하다. 일본 주주들 지분을 크게 희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선 호텔롯데를 상장시킨 뒤 사업 부문과 투자 부문을 분리하고, 호텔롯데 투자 부문을 롯데지주와 합칠 것이란 전망을 한다. 이 경우 호텔롯데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한꺼번에 롯데지주 아래로 편입할 수 있다. 다만 상장 때 공모가를 높게 받기 위해선 롯데면세점의 실적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 롯데 관계자도 “헐값에 상장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롯데지주가 보유한 롯데카드(93.8%)와 롯데캐피탈(25.6%) 지분도 매각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금융계열사를 자회사로 둘 수 없기 때문이다. 내년 10월 이전까지는 매각을 완료해야 한다. 이 관계자는 “아직 1년의 시간이 남은 만큼 지분 매각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