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중소형 집값 약세…덜 오른 서울 대형 아파트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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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전망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
최근 SNS서 내년 집값 전망 '약세'로 수정
다주택자 투자 수요 사라지면 무주택자만 남아
실수요자만으로 집값 오르긴 힘들어
중형과 가격차 작은 대형아파트로 갈아탈 만
2008년 이후 준공된 아파트에 관심 둬야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
최근 SNS서 내년 집값 전망 '약세'로 수정
다주택자 투자 수요 사라지면 무주택자만 남아
실수요자만으로 집값 오르긴 힘들어
중형과 가격차 작은 대형아파트로 갈아탈 만
2008년 이후 준공된 아파트에 관심 둬야
“중소형 아파트를 여러 채 매입하는 식의 투자 전략은 끝났습니다. 내년부터 서울 대형·경기권 6억원 이하로 투자 수요가 옮겨갈 겁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사진)는 대표적인 집값 상승론자였다. 그는 지난 6월 출간한 《오를 지역만 짚어주는 부동산 투자전략》에서 강남 재건축 아파트와 강북 뉴타운 아파트 불패론을 주장했다. 그러던 그가 지난달 말 기존의 시각을 수정했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모두가 강세장을 외치는 듯한데 저는 2019년 약세장 전망하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한국경제신문은 채 애널리스트를 만나 최근 집값 전망을 바꾼 이유를 들어봤다.
“중소형에 투자할 이유 없어졌다”
채 애널리스트는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으로 서울 중소형 아파트 투자 열기가 꺾일 것으로 전망했다. 임대등록주택의 양도소득세 감면 적용 대상 범위가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에서 6억원 이하(비수도권 3억원) 주택으로 축소되면서다. 그는 “‘8·2 부동산 대책’ 이후 중소형 아파트에 투자 수요가 몰린 것은 장기보유특별공제로 양도세를 최대 70%까지 감면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6억원 이상 고가 주택에 대한 양도세 혜택이 없어지면서 서울 중소형 아파트에 투자할 이유도 사라졌다”고 단언했다. 종합부동산세 개편으로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이 많이 늘어난 것도 투자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인으로 분석했다. 이번 정부 대책에 따라 서울·경기 주요 12개 지역이 포함된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 이상 보유자와 그 외 지역 3주택 이상 보유자의 종부세 최고세율은 2.0%에서 3.2%로 상향 조정됐다. 세부담 증가 상한폭도 기존 150%에서 300%로 대폭 증가했다.
그는 “서울에서 15억원짜리 전용 84㎡ 아파트를 두 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올해 종
세를 600만원 내지만 내년에는 1500만원, 그 후로 2500만원, 4500만원을 내게 된다”며 “임대 등록을 해도 종부세가 가산되는 등 다주택자 세 부담이 대폭 늘어난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엑셀을 두드려보면 세금이 얼마나 많아지는지 답이 나올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투자심리가 냉각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채 애널리스트는 주택시장이 내년부터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다주택자의 투자 수요가 사라지면 실수요만 남게 되는데, 실수요자만으로는 집값이 올라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핵심 실수요자인 무주택자 비율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택 자가점유율은 57.7%(7~9월 기준)로 나머지 42.3%가 무주택자다. 이 수준은 20년째 큰 변동이 없다. 결국 무주택자는 물론 갈아타기 목적의 1주택자, 투자 수요자 등이 모두 구매에 나서야 집값이 오른다는 것이다.
서울 대형·경기권 중소형 강세
다만 그는 그동안 인기가 적었던 대형 아파트가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주택자들이 기존 아파트를 처분하고 단위면적당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대형 아파트로 갈아타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당장 중형과 대형의 가격 갭이 크지 않으므로 실수요자라면 대형 아파트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중소형 약세, 대형 강세 현상이 서울 전역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양도세 감면 혜택이 유지되는 수도권 6억원 이하 신축 아파트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내년 기준으로 6억원 이하, 5~6년 미만 신축 아파트가 많은 곳은 경기권”이라며 “내년에는 경기권 6억원 이하 신축 아파트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내 6억원 이하 구축 아파트의 수요는 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신축 아파트와 구축 아파트의 품질이 현격하게 차이를 보이는 까닭이다. 그는 “2008년께부터 준공된 아파트는 평면 설계와 커뮤니티 시설 등에서 질적으로 한 단계 올라갔다”며 “구축은 투자 시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채 애널리스트는 9·13 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8·2 대책의 약점을 간파하고 세제 부문의 규제를 강화해 시장 수요가 중소형 아파트 등에 몰린 단점을 보강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앞으로는 새로 취득한 아파트를 임대 등록하더라도 종합부동산세가 합산 과세된다. 대책 시행 이전에는 6억원 이하 아파트를 200여 채씩 소유해도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종합부동산세 납부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내년부터 보유 주택 개수대로 종합부동산세를 합산 과세해 아파트 보유 개수를 늘릴 때마다 세 부담이 증가한다.
그는 “한국 역사상 다주택자를 이렇게 정교하게 규제한 적은 없다”며 “많은 사람이 지금 부동산 정책을 ‘노무현 2기’라고 하지만 세금 부문에선 노무현 정부 수준을 한참 뛰어넘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사진)는 대표적인 집값 상승론자였다. 그는 지난 6월 출간한 《오를 지역만 짚어주는 부동산 투자전략》에서 강남 재건축 아파트와 강북 뉴타운 아파트 불패론을 주장했다. 그러던 그가 지난달 말 기존의 시각을 수정했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모두가 강세장을 외치는 듯한데 저는 2019년 약세장 전망하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한국경제신문은 채 애널리스트를 만나 최근 집값 전망을 바꾼 이유를 들어봤다.
“중소형에 투자할 이유 없어졌다”
채 애널리스트는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으로 서울 중소형 아파트 투자 열기가 꺾일 것으로 전망했다. 임대등록주택의 양도소득세 감면 적용 대상 범위가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에서 6억원 이하(비수도권 3억원) 주택으로 축소되면서다. 그는 “‘8·2 부동산 대책’ 이후 중소형 아파트에 투자 수요가 몰린 것은 장기보유특별공제로 양도세를 최대 70%까지 감면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6억원 이상 고가 주택에 대한 양도세 혜택이 없어지면서 서울 중소형 아파트에 투자할 이유도 사라졌다”고 단언했다. 종합부동산세 개편으로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이 많이 늘어난 것도 투자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인으로 분석했다. 이번 정부 대책에 따라 서울·경기 주요 12개 지역이 포함된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 이상 보유자와 그 외 지역 3주택 이상 보유자의 종부세 최고세율은 2.0%에서 3.2%로 상향 조정됐다. 세부담 증가 상한폭도 기존 150%에서 300%로 대폭 증가했다.
그는 “서울에서 15억원짜리 전용 84㎡ 아파트를 두 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올해 종
세를 600만원 내지만 내년에는 1500만원, 그 후로 2500만원, 4500만원을 내게 된다”며 “임대 등록을 해도 종부세가 가산되는 등 다주택자 세 부담이 대폭 늘어난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엑셀을 두드려보면 세금이 얼마나 많아지는지 답이 나올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투자심리가 냉각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채 애널리스트는 주택시장이 내년부터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다주택자의 투자 수요가 사라지면 실수요만 남게 되는데, 실수요자만으로는 집값이 올라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핵심 실수요자인 무주택자 비율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택 자가점유율은 57.7%(7~9월 기준)로 나머지 42.3%가 무주택자다. 이 수준은 20년째 큰 변동이 없다. 결국 무주택자는 물론 갈아타기 목적의 1주택자, 투자 수요자 등이 모두 구매에 나서야 집값이 오른다는 것이다.
서울 대형·경기권 중소형 강세
다만 그는 그동안 인기가 적었던 대형 아파트가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주택자들이 기존 아파트를 처분하고 단위면적당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대형 아파트로 갈아타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당장 중형과 대형의 가격 갭이 크지 않으므로 실수요자라면 대형 아파트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중소형 약세, 대형 강세 현상이 서울 전역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양도세 감면 혜택이 유지되는 수도권 6억원 이하 신축 아파트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내년 기준으로 6억원 이하, 5~6년 미만 신축 아파트가 많은 곳은 경기권”이라며 “내년에는 경기권 6억원 이하 신축 아파트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내 6억원 이하 구축 아파트의 수요는 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신축 아파트와 구축 아파트의 품질이 현격하게 차이를 보이는 까닭이다. 그는 “2008년께부터 준공된 아파트는 평면 설계와 커뮤니티 시설 등에서 질적으로 한 단계 올라갔다”며 “구축은 투자 시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채 애널리스트는 9·13 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8·2 대책의 약점을 간파하고 세제 부문의 규제를 강화해 시장 수요가 중소형 아파트 등에 몰린 단점을 보강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앞으로는 새로 취득한 아파트를 임대 등록하더라도 종합부동산세가 합산 과세된다. 대책 시행 이전에는 6억원 이하 아파트를 200여 채씩 소유해도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종합부동산세 납부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내년부터 보유 주택 개수대로 종합부동산세를 합산 과세해 아파트 보유 개수를 늘릴 때마다 세 부담이 증가한다.
그는 “한국 역사상 다주택자를 이렇게 정교하게 규제한 적은 없다”며 “많은 사람이 지금 부동산 정책을 ‘노무현 2기’라고 하지만 세금 부문에선 노무현 정부 수준을 한참 뛰어넘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