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중형 세단 쏘나타 뉴 라이즈 / 사진=한경DB
현대자동차의 중형 세단 쏘나타 뉴 라이즈 / 사진=한경DB
현대·기아자동차 중형 세단에서 2.0L 엔진을 장착한 차량이 여전한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다운사이징’ 추세에도 불구하고 배기량이 낮은 1.6L급의 판매 비중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상황과 달리 현대·기아차가 1.6 터보 상품화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경쟁 모델인 한국GM 말리부는 1.5 터보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1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대표 중형 세단 쏘나타는 뉴 라이즈가 나온 지난해 3월부터 올 8월까지 11만9144대 팔렸다. 이 가운데 4만2886대(36.0%)는 가솔린 2.0 모델이었다. 1.6 가솔린 엔진은 2421대(2.0%) 팔리는 데 그쳤다.

엔진 라인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건 액화석유가스(LPG)였다. 6만3708대 팔려 53.5%를 기록했다. 이 밖에 하이브리드(HEV) 7411대(6.2%), 1.7 디젤이 2649대(2.2%),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69대(0.1%) 순이었다.

엔진 배기량을 줄이면서 출력을 유지하는 ‘다운사이징’ 기술 확산에도 소비자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러한 현상은 오랜 시간 이어져온 ‘중형 세단=2.0’이라는 소비자의 고정관념 때문이란 의견이 많다.

관련 업체의 영업팀 담당자는 “1.6L 엔진은 힘이 부족하다는 편견을 가진 소비자가 많다”며 “장착된 터보차저 관리를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배기량은 낮지만 가격이 비싼 점도 걸림돌로 꼽힌다. 실제 쏘나타 뉴 라이즈는 트림(세부 모델)별로 가솔린 2.0을 2219만원, 1.6 터보는 2360만원부터 구입할 수 있다.
기아자동차의 대표 중형 세단인 K5 / 사진=기아차
기아자동차의 대표 중형 세단인 K5 / 사진=기아차
기아차 K5는 2015년 7월부터 올 8월까지 14만9192대 판매됐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7만2872대(48.8%)는 가솔린 2.0 모델이었다. 1.6 터보의 경우 3409대(2.3%)로 집계됐다. 특히 K5 가솔린 2.0은 5만1957대 팔린 LPG(34.8%)를 뛰어넘었다.

엔진 다운사이징 기술은 주요 완성차 업체가 필수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흐름이다. 엄격해지는 배출가스 규제와 맞물려 있어서다. 환경 규제에는 대응하면서 출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또 배기량이 낮아지는 만큼 저렴한 연간 자동차세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GM은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 등 동력전달체계) 전략의 핵심 중 하나로 다운사이징 터보엔진을 내세우고 있다. 2016년 상반기 출시한 중형 세단 말리부는 전 라인업에 터보차저를 기본 적용했다.

1.5 터보와 2.0 터보 두 가지로 시장에 나온 이 차는 지난 9월까지 7만5080대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1.5 터보 모델은 5만2950대 팔려 전체 판매량(7만5080대)의 70.5%를 차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운사이징은 주요 완성차 업체가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것”이라며 “합리적인 가격 책정과 배기량 중심의 소비자 인식, 세금 체계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GM의 중형 세단 말리부 / 사진=한국GM
한국GM의 중형 세단 말리부 / 사진=한국GM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