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의료 분야에 대한 공공성·사회성 갖춘 의견 제시"
'황우석 명예훼손' 류영준 교수 무죄…"비방 목적 없어"
황우석 박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황 박사의 제자 류영준 강원대 교수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 조현락 판사는 10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류 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류 교수는 2005년 황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의혹을 제보한 인물로 2016년 11월 두 차례 언론 인터뷰와 같은 해 12월 토론회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황 박사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류 교수는 인터뷰 등에서 황 교수가 정부 고위관계자들에게 차병원의 줄기세포 연구를 승인해달라고 요청했고, 황 교수가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들과 친분이 있고 박 전 대통령과는 독대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때는 차병원의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승인에 박근혜 정부의 특혜가 있었으며, 그 과정에 황 박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었다.

조 판사는 "류 교수의 인터뷰 내지 토론회 발표 내용을 허위사실로 보기 어렵다"며 "설령 (관련 내용이) 허위로 인정된다고 해도 류 교수에게 명예훼손이나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류 교수의 발언은) 인간 존엄성과 관련된 생명공학과 의료에 대한 공적인 관심 사항으로, 정부 정책에 대해 여론을 형성하거나 의견을 제기하기 위해 공공성과 사회성을 갖추고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차병원 줄기세포 연구승인과 관련한 발언에 대해서는 "류 교수의 인터뷰에 앞서 황 박사가 청와대에서 열린 회의에서 줄기세포 연구 문호를 열어달라고 건의한 내용이 언론에 실린 바 있다"며 "당시 줄기세포 연구승인 요청은 차병원에서만 한 상황으로 이를 차병원의 연구승인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류 교수의) 인터뷰 내용을 허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밖에 황 박사가 박 전 대통령을 독대했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연구와 정치 권력 사이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는 부분이 있지만, 류 교수에게 비방 목적이 있거나 (그의 발언이) 인신공격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며 "또 일부 사실은 허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황 박사가 비선 실세 최순실 씨와 문고리 3인방 등과 알고 지내왔다는 언론 인터뷰 내용에 대해서도 "류 교수가 구체적으로 (황 박사와 최씨 등과의) 관계를 명시했다고 인정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판결 직후 법정 앞에서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하다"며 "무리한 기소가 있었지만 다툼의 여지가 전혀 없다고 볼 수 없어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황우석 사태는 개인과 개인의 일이 아니고 한국사회에서 (연구 윤리에 관한) 문제를 제기한 것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황우석 명예훼손' 류영준 교수 무죄…"비방 목적 없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