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바이오 "육안, 엑스레이로 안 보이는 초기 충치, 빛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의료기기 산업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치과 부문에 대한 관심은 덜하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신의료기술로 인증한 700여 개 기술 가운데 치과 분야에 관련된 것은 4개뿐이다.

윤홍철 아이오바이오 대표(사진)는 "사람들이 '치과' 하면 떠올리는 기기는 임플란트, 엑스레이 정도가 전부일 것"이라며 "치아 건강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새로 개발한 진단기술로 치과 시장을 선도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연세대 치대에서 보철학 박사를 받고 강남에서 개원해 지금까지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현직 치과의사다. 7년 전 네덜란드의 한 물리학자가 개발한 원천기술을 알게 돼 이를 활용해 치과 진단기기를 만들어보자고 결심한 뒤 2011년 아이오바이오를 세웠다. 원천기술 개발자는 지금 이 회사 임원을 맡고 있다.

이 회사가 김백일 연세대 치대 예방치과학교실 교수팀과 함께 지난 8월 NECA로부터 신의료기술 인증을 받은 기술은 '정량광형광기를 이용한 치아우식증 검사'다. 정량광형광기는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든 치석, 치태, 충치, 크랙(깨진 치아) 등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기기다. NECA는 "정량광형광기를 이용한 치아우식증 검사가 치아우식증 진단을 보조하고 진행 여부를 점검하는 데 안전하고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정량광형광기는 방사선 대신 빛을 사용한다. 치아에 푸른색 가시광선을 쏴 치아가 반사한 빛을 특수 필름을 통해 관찰하면 문제가 있는 부분이 붉은 형광색으로 나타난다. 건강한 법랑질(치아의 가장 바깥쪽 부위)과 손상된 법랑질이 반사하는 빛의 파장이 다르다는 원리를 이용했다.

윤 대표는 "시진(의사가 눈으로 보고 진단하는 것)이나 엑스레이로 알아볼 정도면 치아가 이미 상당히 망가진 것"이라며 "정량광형광기는 초기 치아 우식증을 발견해 간단한 처치로 치료할 수 있다"고 했다.

환자를 상담할 때도 유용하다. 환자가 자기 치아를 직접 볼 수 없고 엑스레이를 읽을 줄 모르기 때문에 치료비가 비싸면 의사를 의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환자가 직관적으로 자기 상태를 파악할 수 있어 상담하기 편하다"고 했다.

아이오바이오는 기기뿐 아니라 치아 손상 정도를 정량화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도 개발했다. 육안이나 엑스레이에 나타나기 전 단계의 미세한 충치 부위가 영상에 표시되고 얼마나 망가졌는지 수치를 제시한다. 또 구강 내 치태 수준은 0~5점으로 평가한다.

이 회사는 2013년 신의료기술평가에 처음 도전했으나 실패한 경험이 있다. 윤 대표는 "신의료기술평가가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업체가 많은데 우리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2012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고 기세 좋게 신의료기술평가를 신청했지만 제품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증명할 충분한 임상 자료가 부족했다.

그 이후 연세대 치대 예방치과학교실 등에서 9개 이상의 추가 임상시험을 마치고 논문 2편을 학술지에 실었다. 기술의 혁신성을 뒷받침할 자료를 모아 2017년 12월 다시 신의료기술평가 문을 두드렸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윤 대표는 "처음 신의료기술평가에 신청했을 때 준비가 부족했음을 인정한다"며 "우수한 제품력을 보여줄 수 있는 풍부한 자료가 인허가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의료기관 전용 정량광형광기는 현재 비급여 의료기기로 사용되고 있다. 비용은 엑스레이의 약 2배 수준이다. 윤 대표는 급여화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는 "다빈도 질병 현황 자료에 따르면 상위 10개 가운데 2개가 치과 질환"이라며 "조기 진단으로 치아 질환이 나빠지는 것을 막으면 치료비를 상당히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대표는 치과 진단 기술의 중요성이 국내에서 지금까지 간과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치과 외래 이용 항목을 보면 2015년 기준 미국은 예방과 검진이 77%인데 우리는 11%에 불과하다"며 "국내 치과 진료도 예방과 검진을 강조하는 쪽으로 바뀔 것"이라고 했다.

정량광형광기는 의료기관은 물론 집에서도 활용할 수 있어 사업 잠재력이 크다. 비방사선 제품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자가관리용으로 쓰는 데 문제 없다. 아이오바이오는 기기와 연동해 치아 건강 자료를 모을 수 있는 앱(응용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그는 "환자가 정기적으로 치과를 찾아 신경치료나 임플란트 시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상황이 나빠지기 전까지 꾸준히 자기 치아를 살피게 돕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2016년 2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올해 추가로 50억원을 받는 게 목표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12억원이다. 지난해 기준 판매량 790대에서 2022년까지 9140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치과 병의원 수는 1만7000여 곳이다.

윤 대표는 "국내 시장에 만족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노릴 것"이라며 "2020년까지 미국, 유럽 등 주요 지역에서 인허가를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