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명 수용 오투 아레나 가득 채워…유럽서 비행기 타고 공연장 찾기도
BBC "BTS는 21세기 비틀즈"…현지 언론도 큰 관심 보여
'비틀스의 나라' 찾은 BTS에 문화도시 런던 '들썩들썩'
영국의 수도 런던 시내에서 템스 강을 따라 동쪽으로 가다 보면 거대한 비행접시 모양의 돔이 나온다.

영국이 새 천년을 맞아 야심 차게 제작한 밀레니엄 돔은 2007년 6월 오투(O2) 아레나로 재탄생했다.

오투 아레나의 심장부인 실내 공연장은 2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실내공연장 중 하나로 꼽힌다.

콜드플레이, 마돈나, 비욘세, 아델, 에드시런, 본 조비, U2 등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오투 아레나를 찾았고, 2009년 유명을 달리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마지막으로 콘서트를 준비하던 곳도 오투 아레나였다.

10일(현지시간) O2 아레나 인근은 한국 케이팝 그룹의 공연을 보기 위해 영국 전역은 물론 유럽 각국에서 몰려든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비틀스의 나라' 찾은 BTS에 문화도시 런던 '들썩들썩'
미국 팝의 심장부인 뉴욕 시티필드에서 북미투어를 마친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9∼10일 런던 오투 아레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유럽 투어에 나섰다.

영국 남부 포츠머스에서 기차를 타고 공연장을 찾았다는 14세 소녀 산(San)은 2년 전 유튜브를 통해 방탄소년단을 알게 된 뒤 '아미'(팬 클럽)가 됐다.

멤버 중 슈가(본명 민윤기·25)를 가장 좋아한다는 산은 방탄소년단이 그저 사랑을 노래하지 않고,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그들의 댄스에서 에너지도 느낀다고 했다.

콘서트 표를 구하기 어렵지 않았느냐고 묻자 "엄마 덕분이에요"라며 옆에 있던 미셸(48)을 소개했다.

딸 때문에 자신도 방탄소년단 팬이 돼 트위터를 팔로우하고 있다는 미셸은 표를 구하기 위해 스마트폰과 태블릿, 노트북 등 온갖 전자기기를 모두 동원했다고 설명하면서 "운이 좋았다"고 했다.

4장의 표를 구한 덕분에 모녀는 또 다른 방탄소년단 팬인 알렉슨(14)과 그녀의 어머니인 미니(48)와 함께 오투 아레나를 찾았다.

산과 알렉슨은 함께 한글 공부를 시작했다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런던 서쪽 뉴버리 출신인 딕스(48)는 회사에 반휴를 내고 딸과 함께 방탄소년단 공연을 보러왔다고 말했다.

딸의 성화에 터키 출장 중 '광클'을 통해 표를 구했다는 딕스는 딸이 아시아 문화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면서 방탄소년단의 팬이 됐다고 전했다.

공연장 출입을 기다리면서 사진을 찍고 있던 또 다른 소녀 에스벨과 산드라는 가장 좋아하는 멤버가 지민(본명 박지민·23)과 뷔(본명 김태형·23)라고 밝혔다.

이들은 스웨덴 출신으로, 학교에 특별히 얘기하고 공연 당일인 이날 비행기를 타고 영국으로 날아왔다.

산드라는 "우리가 평소 모범학생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어요"라고 웃으면서 말한 뒤 "오늘 공연을 보고 내일 다시 스웨덴으로 가야 한다"고 전했다.

에스벨은 한국 보이밴드의 팬이 된 이유를 묻자 "그들은 다른 팝스타와 다르다.

팬들과 무척 가까운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우리가 마치 실제로 그들과 알고 지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직 한글 공부를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인 '아미'들 덕분에 방탄소년단의 음악과 메시지를 즐기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비틀스의 나라' 찾은 BTS에 문화도시 런던 '들썩들썩'
비틀스의 미국 진출이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영국의 미국 침공)으로 불릴 만큼 성공적이었던 것처럼 방탄소년단의 영국, 나아가 유럽 진출 역시 이미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지난 4월 일본에서 출시한 세 번째 정규 앨범 '페이스 유어셀프'(FACE YOURSELF)는 '영국(UK) 오피셜 앨범 차트 톱 100'에서 78위를 기록했다.

지난 5월에는 정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 타이틀곡 '페이크 러브'(FAKE LOVE)가 'UK 오피셜 싱글차트' 42위에 오르더니, 9월에는 리패키지 앨범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LOVE YOURSELF 結 ANSWER) 타이틀곡 '아이돌'(IDOL)은 이 차트 21위를 기록했다.

한국 가수 노래가 미국 빌보드와 함께 세계 양대 팝 차트로 불리는 UK 오피셜 차트 40위 안에 들기는 '아이돌'이 처음이다.

영국 현지언론의 관심도 기대 이상이다.

영국 공영 BBC 방송은 방탄소년단 콘서트 관련 기사에서 "그들은 21세기 비틀스이자 글로벌 팝 센세이션이다.

마니아와 헌신적 사랑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들은 오투 아레나 공연을 매진시켰다"고 전했다.

석간 이브닝 스탠더드는 "세 개의 철자와 7명의 멤버로 구성된 BTS는 현재 전 세계 음악계에서 가장 큰 존재"라며 "이미 일본과 중국, 그들의 고향인 한국에서 수년간 큰 성공을 거뒀고, 올해 서구의 팬들을 대부분 한국어로 부르는 곡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거의 불가능한 일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방탄소년단의 일거수일투족도 상세히 보도되고 있다.

미러 온라인판은 방탄소년단 멤버인 정국(본명 전정국·21)이 발꿈치를 다친 사실을 전하면서 "그는 멤버 중 가장 어려 한국에서는 '막내'라고 불린다"면서 "(공연에서) 다른 멤버들과 함께 춤을 추지 못하자 눈물을 쏟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