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위기다. 대내외 환경은 악재투성이다.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는 가운데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기업 규제 강화 등이 난마처럼 얽혔다. 갈수록 짙어지는 반(反)기업 정서도 부담이다. 한국 경제가 장기 침체 국면에 빠지기 시작했다는 경고도 나온다. 기업들은 ‘혁신’으로 위기를 돌파한다는 각오다. 한국 경제의 새로운 비상을 기원하고, 한국경제신문 창간 54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인텔의 산업용 드론이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상공을 날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 촬영협조=(주)드론아이디
한국 경제가 위기다. 대내외 환경은 악재투성이다.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는 가운데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기업 규제 강화 등이 난마처럼 얽혔다. 갈수록 짙어지는 반(反)기업 정서도 부담이다. 한국 경제가 장기 침체 국면에 빠지기 시작했다는 경고도 나온다. 기업들은 ‘혁신’으로 위기를 돌파한다는 각오다. 한국 경제의 새로운 비상을 기원하고, 한국경제신문 창간 54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인텔의 산업용 드론이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상공을 날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 촬영협조=(주)드론아이디
한국 경제가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 성장은 정체됐고 고용은 ‘참사’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장기 침체의 초입에 들어섰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악재는 여러 방면에서 쏟아지고 있다.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고, 국제 유가는 출렁이고 있다.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일본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의 가격 경쟁력은 약해지고 있다.

국내 경영 환경은 더 나쁘다. 최저임금은 해마다 큰 폭으로 오르고, 근로시간 단축(주 52시간 근로제)은 재계의 우려에도 지난 7월부터 시행됐다. 국회에는 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이 줄줄이 계류돼 있다. 반(反)기업 정서도 여전하다.

업종별 상황도 썩 밝지 않다. 당장 반도체부터 정점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자동차, 조선, 철강 등은 좀처럼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 산업의 뿌리인 중소·중견기업이 도산한다는 소식도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기업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대대적인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차별화한 제품과 서비스를 내세워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그룹은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바이오, 전장부품 등 4개 사업을 집중 육성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2020년까지 이들 4대 신사업에 25조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대표적 캐시카우(현금 창출원)인 반도체 투자도 이어간다. 삼성은 지난 8월 앞으로 3년간 18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중장기 투자·고용 계획을 내놓으면서 이 중 90조원을 반도체 사업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미래 자동차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미래형 모빌리티(이동수단)와 자율주행에 최적화한 기업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말 ‘동남아시아의 우버’로 불리는 그랩에 투자를 단행했고, 올 들어서는 호주 차량공유 업체인 카넥스트도어와 인도 차량공유 업체 레브 등에 투자했다.

SK그룹은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3년간 반도체와 소재, 에너지 신산업, 헬스케어,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 미래 모빌리티 등 5개 사업에 80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도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기 위해서다. SK그룹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LG그룹은 기술 혁신과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LG전자가 올 들어 오스트리아 헤드램프 업체 ZKW를 약 1조원에 인수하고, 중국 광저우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장을 건설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게 대표적이다. 연구개발(R&D)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 4월 문을 연 LG사이언스파크에는 LG그룹 여러 계열사의 R&D 인력이 모여 미래 먹거리를 찾고 있다.

롯데그룹은 기업 가치를 높이고 지속 성장이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롯데는 △사회 트렌드와 가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 고객가치 창출 △디지털 전환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 △롯데 브랜드 가치 제고 등을 구체적 실천 과제로 제시했다. 지난해 출범한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그룹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내년부터 5년간 철강과 2차전지(배터리) 소재 등 주력 사업에 45조원을 투자한다. 1968년 창립 이후 최대 규모 투자다. 특히 광양제철소의 제3 용광로를 스마트화하고 기가스틸 등 고부가가치 제품 공장을 새로 짓는 데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GS그룹은 에너지와 유통, 건설 등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래 먹거리를 찾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과감한 M&A도 단행할 수 있다는 게 GS그룹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화그룹은 미래 성장동력인 태양광을 비롯해 방위산업, 석유화학 등 주력 사업에 5년간 22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사업 구조부터 일하는 방식까지 전방위적인 체질 개선 작업도 진행 중이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