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核담판 앞두고 '제재공조' 이완 우려 속 한국 붙잡아두기
"지렛대 잃을라"…트럼프, '승인' 표현까지 쓰며 5·24해제 제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0일(현지시간) 강경화 외교장관의 '5·24 제재조치' 해제 검토 발언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완화' 원칙에 쐐기를 박음으로써 5·24 조치 해제 발언을 계기로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른 한국 정부의 대북 제재완화 기류에 공개적으로 경고음을 내보낸 모양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강 장관의 '5·24 제재' 해제 검토 발언에 대해 "그들은 우리의 승인 없이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은 우리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approval)'이라는 강도 높은 표현까지 써가며 브레이크를 건 대목이 주목된다.

한국의 대북정책 영역에 대해 '주권적 간섭'으로까지 비쳐질 수 있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이는 실제로 '외교적 승인'을 언급했다기 보다는 한미 양국이 대북제재 문제를 놓고 긴밀하게 '협의' 또는 '협력'(cooperation)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취지라는 게 외교 소식통들의 대체적 설명이다.

국무부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부대변인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완화는 비핵화를 뒤따르게 될 것이라는 걸 처음부터 매우 분명히 해왔다"며 "그 지점에 빨리 도달할수록 미국은 더 빨리 제재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부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이날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교부 장관과 통화를 하면서 북한에 대한 제재 압박을 유지한 데 대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는 사실도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 명의의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러한 제재 드라이브에는 2차 북미정상회담의 '11월 6일 중간선거 후 개최' 시간표에 맞춰 빅딜을 위한 북미 간 물밑 힘겨루기를 본격화해 나가야 상황에서 자칫 한미 간 대북제재 공조전선이 느슨해질 경우 북한의 비핵화 실행조치를 견인할 지렛대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북미 간에 북한의 비핵화 실행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 조합을 맞춰나갈 '스티븐 비건-최선희' 라인간 실무협상 채널이 가동될 예정이다.

대북제재로 북한을 전방위로 고립시키는 '최대 압박' 전략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핵화 대화 테이블로 견인했다고 생각하는 미국 정부로서는 최근 중국, 러시아 등 북한의 우방국을 중심으로 조성돼온 제재완화 흐름으로 인해 국제적 대북 압박전선의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팔라디노 부대변인이 이날 "제재는 북한의 밝은 미래를 위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공고한 제재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 등 미 행정부 핵심인사들은 북한 측의 끈질긴 제재완화 공세에도 불구,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목표 달성 이전에 제재완화는 없다는 원칙에 여러 차례 못을 박았다.

미국 정부가 폼페이오 장관의 지난 7일 4차 방북을 앞두고 또한 차례의 독자제재를 가한 것도 이러한 메시지를 발신한 상징적 조치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전날 기자들과 만나 대북제재와 관련, "나는 그것들(제재)을 해제하고 싶다.

하지만 그러려면 우리는 무언가를 얻어야 한다"며 제재완화를 위한 북한의 '플러스알파'(+α)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내비치며 추가 조치를 압박한 바 있다.

그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이날 고강도로 대북제재에 대한 '경고음'을 낸 데에는 그동안 '남북관계의 진전과 비핵화의 진전은 보조를 맞춰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해온 맥락에서 한국 정부가 제재완화와 이를 통한 남북경협 문제에 있어 비핵화 협상 진도보다 다소 앞서간다는 경계심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그동안 미국 조야에서는 남북의 해빙 속도가 비핵화 협상 속도를 앞질러 가고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여기에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달 남북정상회담 계기에 나온 군사합의서와 관련해 강 장관에게 불만을 표시했다는 사실과도 맞물려 대북 대응에 있어 한미 간 엇박자 내지 균열이 가시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그러나 미국 측도은 한미 간의 긴밀한 조율과 공조를 강조하며 불협화음으로 확대 해석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팔라디노 부대변인도은 남북군사합의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이 불만을 표시했다는 것과 관련, "우리는 한국과 거의 매일 대화하며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이 이유는 우리가 정말로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고, '한국이 미국과 보조를 맞추기보다는 북한에 기울어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도 "서로 솔직하게 말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친한 친구들은 여러 번 이런 것들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4차 방북 후인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나 "국제적 논의 치고 관점의 차이가 없는 경우는 일찍이 없었다"며 "전술적으로 우리가 논의해야 할 불일치의 지점들이 있겠지만, 그것은 최상의 결과를 얻는 데 필요한 요소로, 가장 중요한 이슈들에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관련해 보조를 맞춰왔다"고 양국간 균열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에 확실히 선을 그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