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택시 호출 앱(응용프로그램)인 카카오T 택시에서 요금 자동결제가 도입된 뒤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사전에 등록된 신용카드로 자동결제된 줄 모르고 하차 전 현금이나 다른 신용카드로 또다시 운임을 지급하는 승객이 속출하고 있다. 기사들도 불만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기사들이 쓰는 단말기 가운데 자동결제가 불가능한 유형도 있는데 일부 기사는 이를 모르고 호출을 받았다가 요금을 못 받기도 한다. 더 냈거나 미납된 요금을 받으려는 승객과 기사가 몰리면서 카카오 고객센터는 며칠째 불통이다. 카카오가 철저한 사전 준비 없이 시스템 변경을 무리하게 추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000원만 자동결제인 줄 알았는데…”

'두 번 결제' 카카오택시…승객도 기사도 혼란
택시를 타고 출근하는 장민영 씨(29)는 카카오T로 부른 택시 요금을 이달 들어 두 차례나 이중 결제했다. 배차 성공률이 높아 애용하던 ‘스마트호출’(수수료 1000원 추가)이 문제였다. 이달 초 카카오T 업데이트 이후 스마트호출을 하면 자동결제되는 것을 뒤늦게 알았던 것이다.

장씨는 “앱에 ‘자동결제’라는 문구가 표시돼 있긴 했지만 이전처럼 수수료 1000원만 자동결제되는 것으로 생각했다”며 “기사도 별말 없이 요금을 받아서 전체 요금이 모두 결제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장씨는 환급 요청을 위해 고객센터에 계속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카카오가 도입한 택시 운임 자동결제는 앱에 신용카드 등을 미리 등록해놓으면 목적지에 도착해 별도의 금액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방식이다. 기사가 앱에 운임을 입력한 뒤 결제 버튼을 누르면 수수료를 포함한 요금 전액이 결제된다. 이전까지 기업회원을 대상으로 한 업무용 택시 호출에 적용했지만 이달 들어 모든 서비스로 확대했다. 스마트호출은 자동결제로만 쓸 수 있다.

이중결제가 아닌데 카드사 문자가 두 번 와서 당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카카오T 앱에서는 현재 위치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예상 요금이 나온다. 요금을 확인하고 스마트호출로 택시를 잡으면 이 금액만큼 카드사가 가승인하고, 목적지 도착 후 기사가 실제 요금을 입력하면 가승인은 취소되고 재결제되는 시스템이다. 일부 카드사 이용 승객에게는 가승인과 최종 결제를 알리는 문자가 모두 와 결제가 두 번 된 것처럼 보인다.
'두 번 결제' 카카오택시…승객도 기사도 혼란
◆자동결제 안 되는 택시도 적지 않아

특정 업체의 결제단말기를 설치해야 자동결제가 가능한 까닭에 일부 지역에선 기사가 승객을 목적지까지 태워주고도 요금을 못 받기도 한다. 인천개인택시조합에 따르면 자동결제가 안 되는 단말기를 설치한 차량은 50%가량이다. 법인택시는 이보다 많은 60~70%에 달한다. 경기 수원에서 택시를 몰고 있는 양모씨(67)는 “카카오가 택시업계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제멋대로 운영방식을 바꿨다”며 “플랫폼을 이용하고 싶으면 기계도 바꾸라는 게 횡포가 아니면 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카카오 모빌리티 관계자는 “자동결제가 시행 초기다 보니 다양한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단말기 호환 문제와 관련해서도 “고객센터로 문의하면 결제가 가능한 별도 인증을 안내하고 있다”며 “전국적으로 결제정산 서비스업체도 계속 확대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