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가가 급락한 여파로 11일 아시아 증시와 외환시장은 혼란 그 자체였다. 가뜩이나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통화위기 우려가 큰 상황이어서 거의 모든 신흥국 시장에서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주가 하락이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추기면서 신흥국 통화가치는 줄줄이 약세를 나타냈다. 미 달러당 인도 루피화 환율은 장중 0.27%,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환율은 0.23% 상승(통화가치 하락)했다. 대만달러 환율도 0.34% 올랐다. 아시아 신흥국 5년 만기 채권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마킷아이트랙스지수는 지난 7월19일 이후 최고치로 상승했다.

미 금융시장 불안이 신흥국 위기를 키우고 이것이 다시 미 시장을 흔드는 악순환 우려도 나온다. 케빈 하셋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은 “터키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중국을 주시하고 있다”며 “신흥시장 문제가 미국을 계속 괴롭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찾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제대로 조율되지 않은 선진국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은 신흥국 시장의 자본 유출과 불안정성을 더욱 키울 우려가 있다”고 다시 경고했다. 그는 “(금리 인상) 영향으로 자본 유출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라며 “신흥시장과 일부 선진시장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자본 유출을 통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IMF는 최악의 국면에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맞먹는 수준인 1000억달러(약 113조4000억원) 규모의 신흥국 자본 유출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대만 증시에선 정보기술(IT)주들이 8~9% 급락하면서 자취안지수가 6.31% 떨어지며 지난해 4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도 소니(-4.28%) 도요타(-2.41%) 등 수출기업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3.89% 하락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