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라 기자의 알쓸커잡] 가을날 석촌호수서, 커피 한잔 어때요
꼭 1년 전 사진입니다. 10월의 어느 주말, 서울 잠실에서 열린 ‘청춘, 커피페스티벌’(사진)에서 찍은 것이지요. 여유롭게 커피를 즐기며 강연을 듣는 엄마와 가을 햇살 아래 낮잠 자는 꼬마.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사진입니다.

한국경제신문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커피 회사들과 함께 지친 청춘들을 위로하기 위해 기획한 이 행사는 생각지 못한 많은 장면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틀간 20만 명의 방문객, 대한민국 최대 커피문화 축제라는 타이틀 외에도 뭉클해지는 풍경이 많았습니다. 머리가 희끗한 노부부는 석촌호수에 산책 나왔다가 커피 강연에 푹 빠져 해질 때까지 노트를 빌려 메모하기도 했고,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힙합 듀오 긱스의 공연을 보기 위해 (엄마 몰래) 달려 나왔는데 축제 현장에서 엄마를 우연히 만나 같이 즐겼다는 고3 학생, 페스티벌을 즐기기 위해 전남 여수에서 버스를 타고 왔다는 예비 바리스타도 있었습니다.

커피 29초영화제도 많은 스타 감독을 낳았습니다. 청소년부 대상을 차지한 당시 강원애니고 2학년의 송인찬 감독은 29초영화제에 여러 번 도전한 끝에 대상을 차지했지요. 이렇게 작은 행복들이 모여 커다란 에너지를 뿜어내는 커피 축제를 올해도 준비했습니다. 이달 20~21일 잠실에서 열립니다. 올해는 지난해 팀바리스타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사람들의 ‘커피 대결’도 펼쳐질 예정입니다.

스타벅스 바리스타와 폴 바셋의 바리스타가 들려주는 ‘커피is’에서는 현장에서 매일 커피를 다루는 사람들의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요. ‘커피 29초영화제’ 시상식과 영화 상영회도 토요일 오후 펼쳐집니다. 올해도 톡톡 튀는 기발하고 감동적인 작품 등이 쏟아져 심사위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답니다.

데이브레이크, 옥상달빛, 오왠, 이바다, 장희원, 레이브릭스, 임수연 등 커피에 어울리는 음악을 들려줄 가수들도 이틀 동안 시민들을 만납니다. 청춘들의 고민을 상담해 줄 곽정은 칼럼니스트, 해외 무대를 누비는 박윤희 디자이너,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의 저자 김신회 작가도 힐링 강연을 준비했지요.

10월은 커피 원산지에서는 ‘새해’나 다름없답니다. 아프리카나 중남미의 커피 생산지에서는 커피 최대 수확기 9월을 보낸 뒤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는 달이라고 하는군요. 혹시 올해도 다 갔다고 아쉬워하고 있었다면, ‘2018 청춘, 커피페스티벌’에 오시기를. 힘찬 새해를 미리 맞이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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