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벤츠가 지난 7월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개최한 ‘EDM(일렉트로닉댄스뮤직)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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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1996년 태어난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는 대체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자녀들이다. 이들은 경제 성장과 디지털 혁명의 혜택을 듬뿍 누리며 자랐다. 그래서 ‘단군 이래 가장 축복받은 세대’로 불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과 저성장·양극화의 그늘 속에 ‘N포 세대’(모든 것을 포기한 세대)란 전혀 다른 별칭을 얻었다.

이런 시대적 변화는 이들에게 다른 세대와는 차별화된 독특한 특징을 안겨줬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는 고성장에서 저성장,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급변한 한국 사회의 과도기를 거친 사람들”이라며 “당차고 자기중심적이면서도 불안과 자조에 시달리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경제성장·디지털 특혜 누린 新인류
자신이 세상의 중심인 밀레니얼 세대

전문가들이 설명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세상의 중심을 ‘나’로 본다는 점이다. ‘인맥이 자산’이라며 인적 네트워크를 쌓는 데 골몰했던 베이비붐 세대나 X세대와는 다르다. “인맥 관리할 시간에 나 자신에 집중하자”고 스스로를 다그친다. 기성세대에게 ‘퇴근 후 삶’은 근무의 연장이거나 다음날 더 일을 잘하기 위해 잠시 쉬는 시간이었지만, 밀레니얼에게는 나에게 투자하는 시간으로 바뀌었다. 그러다보니 돈을 쓸 때도 ‘남에게 어떻게 보일 것인가’보다 ‘나에게 얼마나 큰 만족을 줄 수 있는가’를 잣대로 삼는다.

어릴 때부터 인터넷을 통해 세상에 ‘로그인’한 디지털 네이티브란 것도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 중 하나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고 정보 검색에 능하다 보니 어떤 제품을 살 때 가격 비교는 물론 소비자 리뷰 등도 꼼꼼히 살핀다. ‘지갑을 여는 건 베이비붐 세대인 부모지만 실질적인 브랜드 결정권은 밀레니얼이 쥐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에 기업들이 주목하는 이유다.

밀레니얼 세대는 ‘소유’보다 ‘경험’에 투자한다. 삼성카드가 지난해 20대와 30대 회원의 카드 사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 여행 관련 사용액은 2014년에 비해 각각 63%와 69% 증가했다. 2014년 3만~4만 명 수준이었던 서핑 인구가 지난해 20만 명 수준으로 불어나는 등 체험 스포츠도 인기다.

착한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개념 소비’도 밀레니얼 세대에서 볼 수 있는 뚜렷한 특징이다. 오뚜기가 대표적이다. 함영준 회장이 1500억원대 상속세를 고스란히 낸 사실이 알려지자 밀레니얼들은 ‘갓뚜기(God+오뚜기)’란 별명을 붙였다. 그리곤 자발적으로 오뚜기의 미담을 찾아낸 뒤 페이스북에 퍼날랐다. 덕분에 2014년 18.3%였던 오뚜기의 라면 시장 점유율은 지난 5월 26.7%로 뛰었다.

‘헬조선’…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

‘3포(연애·결혼·출산 포기) 세대’로 통하던 밀레니얼은 언젠가부터 ‘N포 세대’로 불리기 시작했다. 포기해야 할 게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밀레니얼 세대는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로 꼽히지만 출발만큼은 화려했다. 이들이 태어난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한국은 고도성장의 막바지 절정기를 달렸다. 저유가·저금리·저달러의 ‘3저 호황’ 속에 경제는 해마다 10% 안팎 성장했다. 1996년엔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다.

이듬해 터진 외환위기는 밀레니얼 세대에 작지 않은 충격을 줬다.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후 1년 동안 직장을 잃은 사람만 130만여 명에 달했다. 한국은 4년 만에 ‘IMF 졸업’에 성공했지만 이후 저성장 기조는 고착화됐다.

그러다보니 밀레니얼 세대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대기업 채용이 줄면서 ‘고용절벽’은 한층 가팔라졌다. 1990년대 초·중반 5% 안팎이었던 청년실업률은 10% 언저리로 높아졌다. 어렵사리 취업전선을 뚫자마자 학자금 대출부터 갚아야 했고, 이후에는 내집 마련을 걱정해야 했다. ‘조금만 참으면 취직도 되고, 승진도 하고, 소득도 늘 것’이란 꿈이 깨지면서 ‘헬조선’이란 자조 섞인 신조어가 나왔다. 일자리 부족은 한층 심화될 전망인 만큼 ‘헬조선 신드롬’은 쉽게 꺼지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헬조선’을 자신의 책임을 사회적 환경에 돌리려는 책임 회피적 외침으로 분석한다.

이재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성세대는 밀레니얼 세대의 현실부정과 자포자기를 우려하지만 사실 이들은 성공을 향한 욕망과 의지가 누구보다 강한 세대”라며 “최근 비트코인 열풍은 이런 박탈감이 비뚤어진 형태로 표출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 NIE 포인트

밀레니얼 세대의 성장 배경과 이들이 정치·경제·사회·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정리해보자. ‘헬조선’은 꿈이 쉽게 이뤄지지 않음을 자조하는 말이다. 우리나라가 정말 ‘헬조선’인지 다른 나라 상황과 비교하면서 토론해보자.

오상헌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