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한국법제연구원·통일과 북한법학회 공동학술대회
전문가들, 평화협정 체결시 영토조항 충돌 가능성 제기…국보법 논의 필요성도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협정 체결이 거론되는 등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헌법의 '영토조항' 등 관련 법 개정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법제처와 한국법제연구원, 통일과 북한법학회는 12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통일법제 전문가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남북교류협력 시대의 대북정책 법제화 전략'을 주제로 한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남북관계 변화, 헌법 제3조 영토조항 관련 논의 필요"
현행 헌법은 제3조에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영토조항을 두고 있다.

또한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임성택 변호사는 발제를 통해 "헌법학계의 다수설과 대법원, 헌법재판소의 견해는 헌법상 영토조항에 따라 북한 정부는 반국가단체이고, 북한 지역은 미수복지구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이 적어도 규범적으로는 미친다고 보고 있다"며 "개헌논의에서 영토조항에 대한 언급은 부족한 편으로, 남북관계 변화에 맞추어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가 제안했다.

임 변호사는 또 평화협정 체결 이후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문제와 북한 주민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보고 남한 이주를 권장하는 북한이탈주민법의 폐지 또는 변경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나아가 "남북관계에서 북한을 흡수통일 또는 궤멸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공존의 상대방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국가연합 또는 낮은 단계의 연방방식의 남북관계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관계 변화, 헌법 제3조 영토조항 관련 논의 필요"
류지성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남북평화협정 체결은 상대방을 정상국가로 인정하는 전제에 따른 것이고, 상대방의 영토를 미수복 영토가 아닌 독립국가의 영토로 인정한다는 것을 뜻하므로 헌법 제3조와의 충돌 문제, 위헌적 협정체결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류 위원은 "헌법 제3조와 제4조는 분단을 전제로 하는 규정이기 때문에 평화협정 체결과의 관계 속에서 그 해석의 변화 내지는 헌법개정이 필요하다"며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헌법상 북한의 국가성 문제와 더불어 국가보안법의 어떠한 규정이 개정돼야 할지 논의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남북관계 변화, 헌법 제3조 영토조항 관련 논의 필요"
이찬호 변호사는 현행 남북교류협력제도가 냉전구도에서 만들어졌고 국가보안법 체제 아래 대북교류의 예외적 허용을 위한 절차라고 언급하면서 "지금의 남북교류제도를 수정하는 차원이 아니 완전히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외숙 법제처장은 축사를 통해 "남북교류협력이 상시로 가능한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며 "남북교류협력의 법적 기반을 구축함으로써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의 기틀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의 이행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한 남북관계 정립, 통일공감대 확산을 위한 방안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남북관계 변화, 헌법 제3조 영토조항 관련 논의 필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