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이달 도입되는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규제는 고(高)DSR 비중을 일정 비율 이내로 관리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12일 밝혔다. 일정 기준선을 넘으면 대출이 거절되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이나 담보인정비율(LTV)과 달리 DSR 대출기준선을 넘는 차주들도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유연하게 운영하겠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방침이다.

"DSR 높아도 대출받을 수 있도록 유연하게 운영"
윤 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방향을 밝혔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이르면 다음주 고DSR 기준선 및 대출 허용 비율 등 세부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시범운영 기간에 100% 수준으로 적용된 고DSR 기준선을 70~80%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은행에 대출 가능한 DSR 총량을 주고, 이 범위에서 은행이 자율적으로 관리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은행들이 고DSR 기준선을 초과하는 대출 신청을 일제히 거절할 경우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사회 초년생이나 저소득층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금감원이 정태옥 무소속 의원에게 제출한 국민·신한·KEB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 4~6월 신규 취득 주택담보대출 통계에 따르면 DSR이 100%를 초과하는 대출자 비중은 전체의 6.5%였다. 버는 돈보다 대출을 갚는 데 쓰는 돈이 더 많다는 얘기다. 80% 초과~100% 이하 차주는 3.2%, 60% 초과~80% 이하는 7.2%였다.

특히 DSR 비중이 높은 차주일수록 연간 소득이 적었다. DSR이 100%를 초과하는 차주들의 연평균 소득은 1800만원에 불과했다. DSR 60% 이하 차주들의 연소득이 490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정 의원은 “DSR을 강력하게 적용했을 때 실질적으로 가계부채를 줄이는 효과를 거두기 이전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의 대출을 더욱 죄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KEB하나은행이 고객에게 ‘최고위험’ 등급이 매겨진 파생상품을 ‘중위험’으로 속여 팔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내달 검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윤 원장은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자 “(불완전 판매 정황을) 인지했다”며 “다음달 KEB하나은행에 검사를 나갈 예정”이라고 답했다. 최 의원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11월부터 창구에서 판매한 ‘하나ETP신탁 목표지정형 양매도 ETN(상장지수증권)’을 5단계 투자위험 등급 중 가장 높은 최고위험으로 분류했지만, 고객에게 두 단계 낮은 중위험으로 설명·판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윤 원장은 이와 함께 금감원이 금융회사 채용, 보험금 지급, 대출금리 책정 등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선을 넘지 않도록 유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원장은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선임과 승계작업 등 지배구조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감독규정을 개정해 CEO 승계 절차에서 핵심 후보군을 체계적으로 선정해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금융회사가 CEO 승계 프로그램을 자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외부 연구 용역을 통해 외국 사례와 해외 감독당국 가이드라인 등을 사례로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debt service ratio. 대출자의 연간 총 금융부채 원리금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카드론, 자동차 할부대출 등 전 금융권의 상환 원리금을 모두 부채로 산정한다.

강경민/박신영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