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필 사운드, 드보르작으로 가을밤 수놓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리뷰 - 한경 가을음악회
마에스트로 임헌정 지휘봉
'슬라브 무곡' '신세계 교향곡'
일사불란한 합주력…큰 박수
마에스트로 임헌정 지휘봉
'슬라브 무곡' '신세계 교향곡'
일사불란한 합주력…큰 박수
현의 섬세한 선율과 관의 웅장한 울림을 제대로 살려냈다.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 가을음악회는 체코 낭만파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작의 박진감 넘치고 귀를 홀리는 가요적 선율을 유려하게 연주해 나갔다. 마에스트로 임헌정 교수(서울대 음대)의 첫 객원 지휘라는 기대치를 충분히 만족시킨 무대였다. 1부의 ‘슬라브 무곡 8번’은 물론 2부의 메인 곡인 ‘교향곡 신세계로부터’의 화음을 만들어가는 임 교수의 지휘봉에 단원들은 완벽에 가까운 합주력을 뽐냈다. 객석에선 임 교수의 ‘고향’을 테마로 한 선곡 배경 설명에 귀 기울이며 가을 밤 클래식의 정취를 만끽했다.
◆성숙한 한경필과 최고 성악가의 만남
한국경제신문 창간 54주년을 기념하는 ‘한경 가을음악회’가 12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한경필 연주로 열렸다. 음악회에는 ‘드보르작과 오페라 아리아의 향연’이란 부제가 붙었다.
1부는 드보르작의 ‘슬라브 무곡 8번 g단조’가 문을 열었다. 이 곡은 1집(Op.46)의 마지막 곡이자 가장 유명한 곡으로, 체코 춤곡의 일종인 ‘푸리안트’로 돼 있다. 여덟 마디로 된 주제가 매우 강하게 연주된 뒤 몇 차례 반복됐다. 창단 4년째를 맞은 한경필하모닉은 더욱 성숙한 해석과 기교를 드러내 보였다.
이어진 무대는 이탈리아 라스칼라, 영국 코벤트가든,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 세계 3대 오페라 극장에서 한국인 최초로 주역으로 섰던 테너 김우경과 마리아 칼라스 그랑프리 국제 콩쿠르 1위에 빛나는 소프라노 서선영이 만든 가을밤 서정시의 향연이었다. 김우경은 비제 오페라 ‘카르멘’ 중 ‘꽃노래’와 레하르 오페레타 ‘미소의 나라’ 중 ‘그대는 나의 모든 것’을 특유의 미성으로 관객에게 선사했다. 서선영은 드보르작 오페라 ‘루살카’ 중 ‘달의 노래’와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 중 ‘거룩한 노래의 전당이여’를 맑고 세련된 톤으로 불렀다.
◆드보르작의 웅장한 에너지 살려내
2부에선 드보르작 교향곡 제9번 e단조 작품95 ‘신세계로부터’가 울려퍼졌다. 1892년 미국으로 건너간 드보르작이 흑인 영가와 인디언 민요에 영감을 받아 작곡했다. 미국인에게는 애국심을, 조국을 떠나온 보헤미안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곡이기도 했다. 2부에 앞서 임 교수는 “이 곡엔 흑인 영가 느낌을 주는 부분이 숨어 있다. 꼭 한 번 찾아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자 객석에 있는 관객들이 일제히 허리를 곧추세우고 연주에 귀를 기울였다.
압권은 마지막 4악장이었다. 웅장하고 거대한 파도가 몰아치듯 임 교수의 지휘봉과 한경필 단원들의 활, 관악주자들의 상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 등으로 유명한 임 교수의 스타일에 딱 맞는 곡이었다. 격정적인 도입부의 반복적인 리듬과 규칙적인 악센트가 현악과 관악 파트로 빠르게 이어지면서 순간 온몸에 소름을 돋게 했다. 역동적인 선율과 에너지에 감탄한 관객 상당수가 일어나 박수치며 연신 “브라보!”를 외쳤다.
앙코르 곡은 우리나라의 ‘아리랑’과 같은 느낌의 미국 민요 ‘오 대니 보이’를 들려줬다. 임 교수는 “우리 민족과 많이 닮아 있는 곡”이라며 “가을에 맞게 고향의 품처럼 따뜻한 느낌의 곡을 골랐다”고 설명했다. 가족의 품을 그리워하는 애절한 마음이 선율 속에 녹아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성숙한 한경필과 최고 성악가의 만남
한국경제신문 창간 54주년을 기념하는 ‘한경 가을음악회’가 12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한경필 연주로 열렸다. 음악회에는 ‘드보르작과 오페라 아리아의 향연’이란 부제가 붙었다.
1부는 드보르작의 ‘슬라브 무곡 8번 g단조’가 문을 열었다. 이 곡은 1집(Op.46)의 마지막 곡이자 가장 유명한 곡으로, 체코 춤곡의 일종인 ‘푸리안트’로 돼 있다. 여덟 마디로 된 주제가 매우 강하게 연주된 뒤 몇 차례 반복됐다. 창단 4년째를 맞은 한경필하모닉은 더욱 성숙한 해석과 기교를 드러내 보였다.
이어진 무대는 이탈리아 라스칼라, 영국 코벤트가든,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 세계 3대 오페라 극장에서 한국인 최초로 주역으로 섰던 테너 김우경과 마리아 칼라스 그랑프리 국제 콩쿠르 1위에 빛나는 소프라노 서선영이 만든 가을밤 서정시의 향연이었다. 김우경은 비제 오페라 ‘카르멘’ 중 ‘꽃노래’와 레하르 오페레타 ‘미소의 나라’ 중 ‘그대는 나의 모든 것’을 특유의 미성으로 관객에게 선사했다. 서선영은 드보르작 오페라 ‘루살카’ 중 ‘달의 노래’와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 중 ‘거룩한 노래의 전당이여’를 맑고 세련된 톤으로 불렀다.
◆드보르작의 웅장한 에너지 살려내
2부에선 드보르작 교향곡 제9번 e단조 작품95 ‘신세계로부터’가 울려퍼졌다. 1892년 미국으로 건너간 드보르작이 흑인 영가와 인디언 민요에 영감을 받아 작곡했다. 미국인에게는 애국심을, 조국을 떠나온 보헤미안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곡이기도 했다. 2부에 앞서 임 교수는 “이 곡엔 흑인 영가 느낌을 주는 부분이 숨어 있다. 꼭 한 번 찾아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자 객석에 있는 관객들이 일제히 허리를 곧추세우고 연주에 귀를 기울였다.
압권은 마지막 4악장이었다. 웅장하고 거대한 파도가 몰아치듯 임 교수의 지휘봉과 한경필 단원들의 활, 관악주자들의 상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 등으로 유명한 임 교수의 스타일에 딱 맞는 곡이었다. 격정적인 도입부의 반복적인 리듬과 규칙적인 악센트가 현악과 관악 파트로 빠르게 이어지면서 순간 온몸에 소름을 돋게 했다. 역동적인 선율과 에너지에 감탄한 관객 상당수가 일어나 박수치며 연신 “브라보!”를 외쳤다.
앙코르 곡은 우리나라의 ‘아리랑’과 같은 느낌의 미국 민요 ‘오 대니 보이’를 들려줬다. 임 교수는 “우리 민족과 많이 닮아 있는 곡”이라며 “가을에 맞게 고향의 품처럼 따뜻한 느낌의 곡을 골랐다”고 설명했다. 가족의 품을 그리워하는 애절한 마음이 선율 속에 녹아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