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직 대원 선배 "등반실력 뛰어났던 후배…억울할 것"
임일진 감독 선배 "직접 매달려 촬영하던 열렬한 산악인…인재 잃어"
韓원정대원 지인들 탄식…"홀어머니 두고 자연재해로 떠나"
"등반해보지도 못하고 자연재해로 그렇게 됐으니까 억울한 거죠. 힘 한 번 못 쓰고…허무하죠."

히말라야 등반 도중 베이스캠프 근처에서 눈 폭풍에 휩쓸리며 숨진 '2018 코리안웨이 구르자히말 원정대' 장비 담당 유영직(51) 대원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선배 황모(52) 씨는 1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유 대원은 원정대가 출발하기 전 대한산악연맹에서 함께 등반을 하며 친해진 선배 황 씨의 전화번호를 남겼다.

그 이유를 묻자 황씨는 "딴 데 남길 것(번호)이 없으니까 내 것을 남긴 모양"이라고 말했다.

황씨는 유 대원이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어머니를 모셨다고 했다.

결혼도 하지 않았고, 어머니가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에 입원한 상태라고 황씨는 전했다.

황씨는 유 대원을 "등반 실력이 아주 뛰어난 후배"라고 떠올렸다.

그는 "영직이를 따라다니면 든든하고 잘 챙겨주니까 어려운 등반도 내가 쉽게 따라 할 수 있어서 친해졌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한 주에 1∼2차례 만날 정도로 가까웠다고 황씨는 소개했다.

이번 사고에 관해 묻자 황 씨는 "(유 대원이) 히말라야에 여러 번 갔다. 등반 경험이 아주 많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심경을 묻는 기자의 말에는 "물어보면 무엇 하나, 뻔한데. 물으나 마나 한 얘기를 뭐하러 묻나"라며 가슴 아파했다.

원정대에 속했던 산악영화 감독 임일진(49)씨의 한국외대 산악회 선배인 김병준씨는 이날 서울 강남구 청담동 아시아산악연맹 사무실에서 취재진을 만나 "밑에서만 찍지 않고 직접 올라가 매달려 찍는 열렬한 산악인이었는데 아까운 인재를 잃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씨는 임 감독에 대해 "일본에서 영상을 전공해 어려운 분야인 산악영상을 시작했고, 산악영화제로 가장 유명한 이탈리아 트렌토영화제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상을 받았다"며 "김창호 대장과 친했고, 이번에도 김 대장이 갈 때 같이 가겠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히말라야 구르자히말을 등반 중이던 김창호(49) 대장 등 한국인 원정대 4명과 네팔인 가이드 4명, 원정대와 별도로 트레킹 중 격려차 베이스캠프를 찾은 것으로 알려진 정준모 한국산악회 이사 등 9명의 시신이 이날(현지시간) 오전 발견됐다.

이들은 강풍에 휩쓸린 것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