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중견업체 코캄, 이스라엘 기업에 팔렸다
국내 중견 2차전지 업체인 코캄이 이스라엘에 본사를 둔 태양광 인버터 업체 솔라엣지 테크놀로지에 팔렸다. 코캄은 2011년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이끄는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등 6개 사모펀드의 투자를 받으며 주목받았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와 솔라엣지에 따르면 솔라엣지는 최근 코캄 지분 75%를 8800만달러(약 97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비상장사인 코캄의 최대주주는 창업주인 홍지준 회장(32.19%)이다. 그 밖에 카무르 파트너스(14.69%), 스카이레이크인베스먼트(7.30%), 한국투자파트너스(5.08%) 등 사모펀드들이 주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40.7%는 소액주주가 나눠 갖고 있다.

엔지니어 출신인 홍 회장이 1989년 설립한 코캄은 글로벌 2차전지 시장에서 LG화학, 삼성SDI 등과 경쟁해온 강소기업으로 꼽힌다. 전기자동차, 비행기 등에 쓰이는 대형 리튬이온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전문적으로 생산한다. 구글, 에어버스 등 50여 개국 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2011년 스카이레이크, 에이티넘파트너스 등 6개 사모펀드로부터 약 800억원을 투자받으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후 2차전지 시장이 한국과 중국의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설자리를 잃었다. 2011년 1285억원에 달했던 매출이 지난해 523억원으로 줄었다. IB업계 관계자는 “코캄의 기술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수준이지만 치열해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독자 생존하기는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며 “글로벌 기업과의 인수합병(M&A)을 통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캄을 인수한 솔라엣지는 2006년 이스라엘에서 설립돼 가정용 태양광 인버터 및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을 생산하는 다국적 기업이다. 나스닥 상장사인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18억달러(약 2조원) 수준이다.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필수적인 배터리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코캄을 인수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