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대표하는 제조업체 중 하나인 히타치제작소 최고경영자(CEO)인 히가시하라 도시아키 사장(사진)이 “대량생산을 전제로 한 전통적인 제조업은 더 이상 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밝혀 주목된다.

히가시하라 사장은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제조업체가 대량생산 위주의 기존 생산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의 주도권을 쥔 미국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며 전통적인 제조업 생산 방식에서 손을 떼 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사업의 중심을 사물인터넷(IoT)과 AI 등 4차산업 분야에 두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1910년 창업한 히타치제작소는 발전, 철도, 건설, 정보기술(IT) 등의 분야에서 33만여 명의 종업원을 두고 있다. 종업원 수 기준으로 도요타자동차(36만여 명)에 이어 일본 2위 제조업체다.

히가시하라 사장은 “제조업체로선 디지털화가 진전되면 될수록 기존 공정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더 어려워진다”며 “다품종 소량생산이 일반화된 점도 기존 생산 방식을 더 이상 고수하기 힘들게 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자상거래와 전자결제 확산으로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게 됐고 제조업자들이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 생산에 집중하고 있는 점도 공급자 위주의 기존 제조업 틀을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히가시하라 사장은 향후 산업계는 빅데이터를 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으로 나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보유한 빅데이터가 기업 가치와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며 “이미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를 확보한 미국 IT 대기업에 전통 제조업체들이 단순 하청업체로 전락할 위험성이 적지 않다”고 경고했다.

그는 사물인터넷 기술을 바탕으로 소비자와의 연결을 강화하는 것을 히타치제작소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라고 밝혔다. 히타치제작소는 최근 일본 시장에서 TV 판매를 중단키로 했다고 발표하는 등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분야 구조조정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