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터키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피살된 것으로 알려진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쇼기 사건에 대한 외국의 경제 보복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뜻을 밝혔다고 사우디 국영통신사 SPA가 14일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미국은 사건을 공들여 조사 중”이라며 “(사실이라면) 가혹한 처벌이 있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데 대한 조치로 풀이된다.

카쇼기는 지난 2일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실종됐다. 사우디 정부는 카쇼기가 결혼 서류 관련 작업을 마치고 영사관을 떠났다고 주장했지만 현지 폐쇄회로TV(CCTV)에는 그가 영사관을 떠나는 모습이 포착되지 않았다. 지난 주말 터키 당국이 그가 사우디 요원에 의해 피살됐다는 것을 입증할 음성·동영상 파일을 확보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사우디 타다울 주가지수는 14일 장중 한때 전거래일 대비 7% 폭락했다. 사우디 정부는 자국 요원에 의한 카쇼기 피살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며 인터넷을 통해 유언비어를 유포하면 최고 징역 5년과 벌금 300만리얄(약 9억원)의 중형에 처하겠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기업들과 재계 인사들은 카쇼기 피살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사우디 투자를 보류하고 행사에 불참할 뜻을 밝혔다.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김용 세계은행 총재 등은 오는 23~25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리는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사막의 다보스’로 불리는 FII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서구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여는 행사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