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대규모 공무원 증원에도 고용지표가 악화하자 공공기관을 압박해 ‘단기 일자리’를 급조하고 있다. 공공기관 정규직의 반발과 인건비 부담을 무릅쓰고 비정규직의 일괄 정규직 전환을 밀어붙이더니, 고용이 나빠지자 이번엔 아르바이트라도 뽑으라며 공공기관을 다그치는 것이다.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전체 공공기관은 올해 5000명 안팎의 ‘체험형 인턴’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다. 채용 기간이 1~5개월인 단기 일자리다. 기재부는 “공공기관들로부터 하반기 추가 채용계획을 조사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지만, 채용실적으로 경영 평가를 받아야 하는 공공기관에는 큰 압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고용상황이 엄중한 만큼 불가피하다는 해명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정부도 두 달짜리 일자리를 만들고 싶지 않다”면서도 “단기 일자리는 청년의 경력 개발과 일자리를 잃은 중년층이 재취업하도록 도움을 주는 데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도 단기 일자리 확대가 ‘급조된 일자리’라는 비판을 정면 반박했다.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노동시장에서 밀려나 생계를 위협당하는 국민이 있는데, 그분들을 위한 일자리를 ‘가짜 일자리’라며 만들지 말라는 주장이 온당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고용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 정책은 정부가 해야 할 기본적인 책무”라고 강조했다. 정 수석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고용의 질을 높였다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단기 일자리가 고용지표를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매월 고용동향 조사기간에 ‘수입을 목적으로 한 시간 이상 일한 경우’ 취업자로 분류되는데, 단기 일자리가 취업자 수를 부풀릴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정부는 단기 일자리를 포함한 고용대책을 이달 하순 또 발표할 계획이다. 김 부총리는 이번 고용대책은 △경제 활력·일자리 확충을 위한 투자 활성화 △혁신성장·규제혁신 △지역·산업별 맞춤형 일자리 등 크게 세 부문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일규/박재원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