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절반이 외국인 유학생
89개국 출신 학생이 재학 중
최근 한국을 찾은 데구치 하루아키 일본 리쓰메이칸아시아태평양대(APU) 총장(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학령인구 감소 추세 속에 인구가 적은 지방이라도 ‘재미있는 것’을 하면 학생은 모이게 돼 있다”며 “APU는 국제화 교육을 통해 지방사립대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APU는 일본 내에서 지방사립대의 성공신화로 불린다. 온천마을로 알려진 인구 12만 명가량의 지방 소도시 오이타현 벳푸시에 2000년 문을 연 이래 여태껏 정원이 미달된 적이 없다. 학부 평균 입학 경쟁률은 4 대 1이다. 일본의 4년제 사립대 중 40%가량이 입학 정원 미달 사태를 겪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APU는 국제화를 무기로 삼았다. 정원의 절반을 외국인 유학생으로 채운다. 일본어뿐만 아니라 영어도 공용어로 지정했다. 일본 학생은 절반가량의 수업을 영어로 이수해야 하고, 외국 유학생은 반대로 수업의 절반가량을 일본어로 들어야 졸업이 가능하다.
유학생 국적은 다양하다. 데구치 총장은 “다양한 배경을 갖고 있는 학생을 데려오기 위해 입학담당자들이 해마다 부탄, 브라질, 팔라우, 케냐, 나이지리아 등 아시아에 그치지 않고 중남미와 아프리카까지 50여 개국을 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89개국 출신의 학생이 APU에 재학 중이다. 일본인 학생도 출신 지역이 다양하다. APU가 속해 있는 규슈 지역 출신은 3분의 1에 불과하다. 인근의 명문 국립대인 규슈대 학생 3분의 2가량이 규슈 지역 출신인 것과 대비된다. 교수진의 절반가량도 외국인이다. 외국인 교원 비율은 일본에서 가장 높다. 데구치 총장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이 작은 도시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한데 뒤섞인다”며 “‘다름’에 대해 이해하는 자세가 갖춰져, 사회에 나가서도 적응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APU 졸업생은 기업에 인기가 좋다. 일손이 줄어드는 가운데 일본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외국인 인재를 채용하려는 기업이 많아지면서다. 데구치 총장은 “도쿄나 오사카에 본사를 둔 기업 400곳 가까이가 APU 학생을 채용하기 위해 해마다 벳푸까지 온다”며 “상장사에 취업한 비율로 따지면 와세다대 게이오대 등 도쿄에 있는 명문 사립대와 큰 차이가 없을 만큼 기업들에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APU의 지난해 기준 취업률은 96.6%다. 상장사 취업률은 24.5%에 달한다.
데구치 총장은 일본 대학 최초로 공모를 통해 지난 1월 APU 제4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일본생명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보험회사 라이프넷생명보험을 창업해 연 매출 1000억원가량의 상장사로 만들어 낸 주역이다. 데구치 총장은 “창업가로서의 경험을 살려 APU 학생이 국제적인 마인드뿐만 아니라 기업가정신도 갖출 수 있도록 학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며 “벳푸라는 지방에 가장 국제적인 학습의 장을 조성해 교육 혁명을 일으키겠다”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