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쌀값 47% 급등 > 이번달 산지 정곡(20㎏ 기준) 가격이 1년 전보다 47% 급등하는 등 쌀값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시내 한 마트에 쌀 포대가 쌓여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 쌀값 47% 급등 > 이번달 산지 정곡(20㎏ 기준) 가격이 1년 전보다 47% 급등하는 등 쌀값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시내 한 마트에 쌀 포대가 쌓여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국제 유가 상승이 한국 경제에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들의 비용 증가와 소비자의 구매력 감소로 이어져 경기 둔화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올 들어 급등한 ‘장바구니 물가’와 줄줄이 이어지고 있는 대중교통 요금 인상과 맞물려 서민에게 특히 부담이 집중될 전망이다. 정부가 ‘한시적 유류세 인하’를 카드로 꺼내들었지만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하면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가 상승에 치솟는 수입물가

한국은행은 지난달 수입물가지수가 90.69로 한 달 전보다 1.5% 올랐다고 16일 발표했다. 2014년 11월 이후 3년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수입물가는 올 들어 국제 유가 상승 여파로 8월을 제외하고는 매달 올랐다.

국제 유가는 세계 경제 호조에 따른 수요 증대와 다음달 예정된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로 인한 공급 차질 우려가 겹쳐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하락세로 접어드는 듯하다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망 파문의 불똥이 석유 시장으로 튀면서 다시 오르고 있다. 미국 등 서방의 압박에 사우디가 원유 공급 중단까지 거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15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두바이유는 전일 대비 0.02% 오른 배럴당 80.3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두바이유는 올초 60달러대에서 지속적으로 올랐다.

◆대중교통 요금 인상까지 겹쳐

경기침체 속 '高유가 복병'까지 덮쳐…서민물가 줄줄이 오른다
국제 유가는 올해 폭염으로 치솟은 ‘밥상 물가’와 맞물려 생활물가 전반을 끌어올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2% 올라 상승폭이 전달(1.3%)의 두 배 수준으로 확대됐다. 석유류 가격도 지난해 9월 대비 10.7%, 농산물 가격은 12.0% 올랐다.

대중교통 요금 인상에 따라 생활물가는 더욱 오를 전망이다. 강원 지역 시내버스 요금이 이달 1300원에서 1400원으로 올랐고, 대구 택시 기본요금이 다음달 1일부터 2800원에서 3300원으로 오르는 등 지역별로 대중교통 요금이 줄줄이 인상되는 움직임이다. 생필품 가격도 심상치 않다. 남양유업은 이날부터 우유 제품 가격을 평균 4.5% 인상했다. 2013년 이후 5년 만이다. 남양유업에 이어 다른 유가공품 업체들도 잇달아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란 게 업계 분위기다.

생활물가 상승은 서민에게 더욱 큰 고통으로 이어진다. 유경준 전 통계청장(현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은 “생활물가지수 상승률 2.2%는 서민이 체감하기엔 4~5% 수준”이라며 “저소득층은 ‘엥겔지수’(가계 소비에서 식료품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가 높은 만큼 피부로 느끼는 물가 수준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경제성장률 하락까지 우려

국제 유가 상승은 가뜩이나 고용·투자·소비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경제의 주름을 더 깊게 할 소지가 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 유가 상승은 소비, 투자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국내 경기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까지 오르면 가계의 구매력 약화로 소비가 0.81% 줄어들고 기업 매출 감소, 원가 상승 등으로 투자는 7.56%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96%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일부 민간 연구기관에서는 경기가 침체하는 가운데 물가가 뛰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정부도 국제 유가 상승을 우리 경제의 주요 불안 요인으로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12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0월호’에서 “국제 유가 상승 등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최근 10개월 동안 유지하던 ‘경기 회복세’ 판단을 버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류세 인하만으로는 경제를 활성화하기에 역부족”이라며 “정부가 더 근본적인 소비·투자 진작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임도원/고경봉/김보라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