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 런던
뒷골목 혁신에 나선 유럽
밤되면 유령도시 됐던 런던 동부
창업 메카 '런던 테크'로 변신런던
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유럽을 대표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로 기업의 국적도 다르고 사업 모델도 판이하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태동한 환경은 비슷하다. 레볼루트는 영국의 대표적 슬럼가인 런던 동부 지역에서, 딜리버리 히어로는 낙후된 독일 동베를린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블라블라카는 프랑스 파리 외곽 지역인 17구가 근거지다.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었던 건 정부 지원책 덕분이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우범지대로 골칫거리였던 변두리 뒷골목을 벤처와 스타트업에 내줬다. 도시 정비 정책이면서 기업을 유치하는 효율적인 정책이었다. 범죄율은 낮아졌고 일자리는 늘어났다.
해외 카드 사용수수료를 없애 창업 2년 만에 회원 1000만 명 이상을 확보한 영국 레볼루트는 그렇게 탄생했다. 혁신 스타트업이 들어서면서 도시 빈민가는 명소가 됐다. 밤이면 유령도시가 되던 런던 동부는 스타트업의 메카인 ‘런던 테크’로 변신했다. 발전이 더디던 런던 동부 쇼디치와 올드 스트리트는 스타트업과 예비 창업자들로 붐볐다. 시장조사업체 스타트업게놈이 집계한 도시별 스타트업 생태계 순위에서 런던은 2016년 6위에서 지난해 3위로 상승했다.
파리 역시 스타트업 메카로 변신하고 있다. 프랑스 통신업체 프리가 컴퓨터 천재를 양성하겠다며 파리 17구에 세운 ‘에콜 42’는 스타트업의 요람이 됐다. 한 달간의 서바이벌형 코딩 시험만 통과하면 무료로 교육받을 수 있다.
에콜 42가 성공하자 프랑스는 작년 6월 세계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캠퍼스를 표방하며 파리에 ‘스타시옹F’를 세웠다. 오래된 기차역(3만4000㎡)에 3000개가 넘는 사무실이 있는 건물을 세웠다.
독일은 버려진 양조장을 스타트업 성지로 바꿨다. 2014년 구글의 투자를 받아 베를린 미테 지역에 방치돼 있던 양조장 공간 1만6000㎡에 스타트업 클러스터를 세웠다. 기존 기업과 새로운 스타트업의 협업으로 새로운 공장을 키워내겠다는 취지로 ‘팩토리 베를린’이란 이름을 붙였다. 독일 정치 1번가인 베를린이 스타트업의 요람으로 변신해 런던에 이어 유럽 내 2위 스타트업 도시로 성장한 밑거름이 됐다. 이 때문에 베를린은 독일어로 길이란 뜻의 ‘알레(allee)’를 합친 ‘실리콘 알레’로 불리고 있다.
이민정책을 비롯한 정부 지원책이 유럽 도시들을 스타트업 허브로 바꾼 비결 중 하나로 꼽힌다. 유럽 각국이 이민 요건을 강화하면서 이민과 난민 수를 통제하고 있지만 스타트업에서만큼은 예외다. 이민 문제로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을 한 영국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