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비리 '실명공개'에 들끓는 여론…유치원 전방위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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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정치권 사립유치원 비판 한목소리…종합대책 내용 '눈길'
한유총 입장도 논란 "심려 끼쳐 송구…소모적 양상 도움 안 돼" 일부 사립유치원에서 원비 등을 설립자나 원장 쌈짓돈처럼 쓴 사례가 공개돼 여론이 들끓으면서 사립유치원들이 회계·인사시스템을 투명하게 바꾸라는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물론 정치권까지 나서 사립유치원 비리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 "터질 게 터졌다"…유치원·교육당국 향한 학부모 분노 '부글'
2013∼2017년 진행된 사립유치원 감사결과 일부가 실명으로 공개되자 교육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런 비리는 끝없이 반복돼 온 해묵은 문제이자 교육당국이 제대로 건드리지 못한 '뜨거운 감자'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사건이 터지기 이전에도 서울의 한 유치원 원장은 2014년 강사 2명에게 지불해야 할 강사료 1천680만원가량을 본인과 배우자 개인계좌로 이체해 횡령했다가 교육청 감사에서 덜미를 잡혔다.
경기도의 다른 유치원 원장은 2011∼2012년 화성에서 유치원을 운영하면서 수업료와 교육청 보조금 9억6천만원을 교비 회계 장부에서 누락하고 동탄에 다른 유치원을 짓거나 개인 목적으로 써 경찰에 입건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감사에서 회계비리 등으로 적발된 유치원의 실명이 한꺼번에 공개되면서 여론이 어느 때보다 강하게 들끓고 있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마저'라는 학부모들의 분노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는 사립유치원에 누리과정(만 3∼5세 교육과정) 지원금 등 한 해 2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국공립유치원과 사립 초·중·고교는 '에듀파인'이라는 국가회계시스템을 쓰지만 사립유치원은 규모가 영세하다는 이유 등으로 이 시스템을 활용하지 않고 있다.
원장이 회계업무를 전담하는 등 사실상 제대로 된 회계시스템 없이 방치된 셈이다.
이 때문에 사립유치원의 막강한 입김에 떠밀려 제때 제도 정비를 하지 못한 교육당국으로도 화살이 향하는 모양새다.
◇ 당·정 "무관용 대응" 한목소리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정부는 어느 때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5일 사립유치원 담당국장 긴급회의를 열어 회계비리 등을 "국민 상식에 맞서는 일"이라고 지적하며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교육부는 하루 만인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국 시·도 교육청 감사관·유아교육 담당자 긴급회의를 열어 유치원 감사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전에는 개인정보 문제로 각 교육청이 유치원과 원장 이름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사립유치원 문제와 관련해 교육당국이 감사관과 유아교육 담당자를 한 자리에 모은 적도 없었다.
사태가 커질 것을 우려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정책 방향을 결정한 셈이다.
설세훈 교육복지정책국장은 "국민 눈높이에 맞게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이날 논의한 내용을 18일 전국 시·도 부교육감 회의에서 확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도 국무회의에서 "어느 유치원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다른 곳의 잘못은 없는지, 잘못에 대해서는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 국민이 아셔야 할 것은 모조리 알려드리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사립유치원은 그동안 감시·감독의 사각지대에 있었다"며 "정부는 최대한 빨리 전체 유치원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핵심관계자도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회계 투명성 강화가 유치원 비리근절 대책의 핵심"이라며 "에듀파인을 사립유치원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21일 당정 협의를 끝내고 다음 주께 사립유치원 회계집행의 투명성 강화와 감사체계 정비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종합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 송구하나 억울하다?…한유총 '알맹이 없는 사과' 논란
전방위 압박이 펼쳐지자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유를 막론하고 학부모님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유총은 이날 입장문의 상당 부분을 해명과 기존 주장을 반복하는 데 할애했다.
비대위는 최근 공개된 각종 사립유치원 비리는 "(현재) 회계·감사기준이 사립유치원에 맞지 않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번 사태는 국민이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는 유아교육을 만드는 논의로 이어나가야 한다"며 "학부모 불안과 불신은 확산하는 소모적 양상으로 흘러간다면 모두가 불행해지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이덕선 비대위원장은 "사립유치원에 맞지 않은 회계·감사기준에 의해 '비리'라는 오명을 썼다"며 "누리과정비도 학부모에게 직접 지원하도록 교육부에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사립유치원에 누리과정비와 교사 처우 개선비 등을 지원하는데 사립유치원은 이것이 학부모를 위한 지원이므로 정작 유치원이 받는 정부 지원금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 비대위원장은 "사립은 원아 모집이 안 되거나 교사 급여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으면 모든 재정부담을 원장이 져야 한다"며 "재무회계규칙에 공립과 차별화되는 내용이 반영되도록 교육부와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한유총의 입장 발표에 대해 일부 학부모들과 교육계 관계자들은 '알맹이가 빠진 사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유아교육 관련 업무 경험이 있는 교육당국 관계자는 "겉으로는 사과 같지만 속을 뜯어보면 사립유치원 측이 기존에 했던 주장을 반복한 것"이라며 "앞으로 교육부가 내놓을 대책을 사립유치원들이 순순히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한유총 입장도 논란 "심려 끼쳐 송구…소모적 양상 도움 안 돼" 일부 사립유치원에서 원비 등을 설립자나 원장 쌈짓돈처럼 쓴 사례가 공개돼 여론이 들끓으면서 사립유치원들이 회계·인사시스템을 투명하게 바꾸라는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물론 정치권까지 나서 사립유치원 비리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 "터질 게 터졌다"…유치원·교육당국 향한 학부모 분노 '부글'
2013∼2017년 진행된 사립유치원 감사결과 일부가 실명으로 공개되자 교육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런 비리는 끝없이 반복돼 온 해묵은 문제이자 교육당국이 제대로 건드리지 못한 '뜨거운 감자'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사건이 터지기 이전에도 서울의 한 유치원 원장은 2014년 강사 2명에게 지불해야 할 강사료 1천680만원가량을 본인과 배우자 개인계좌로 이체해 횡령했다가 교육청 감사에서 덜미를 잡혔다.
경기도의 다른 유치원 원장은 2011∼2012년 화성에서 유치원을 운영하면서 수업료와 교육청 보조금 9억6천만원을 교비 회계 장부에서 누락하고 동탄에 다른 유치원을 짓거나 개인 목적으로 써 경찰에 입건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감사에서 회계비리 등으로 적발된 유치원의 실명이 한꺼번에 공개되면서 여론이 어느 때보다 강하게 들끓고 있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마저'라는 학부모들의 분노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는 사립유치원에 누리과정(만 3∼5세 교육과정) 지원금 등 한 해 2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국공립유치원과 사립 초·중·고교는 '에듀파인'이라는 국가회계시스템을 쓰지만 사립유치원은 규모가 영세하다는 이유 등으로 이 시스템을 활용하지 않고 있다.
원장이 회계업무를 전담하는 등 사실상 제대로 된 회계시스템 없이 방치된 셈이다.
이 때문에 사립유치원의 막강한 입김에 떠밀려 제때 제도 정비를 하지 못한 교육당국으로도 화살이 향하는 모양새다.
◇ 당·정 "무관용 대응" 한목소리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정부는 어느 때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5일 사립유치원 담당국장 긴급회의를 열어 회계비리 등을 "국민 상식에 맞서는 일"이라고 지적하며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교육부는 하루 만인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국 시·도 교육청 감사관·유아교육 담당자 긴급회의를 열어 유치원 감사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전에는 개인정보 문제로 각 교육청이 유치원과 원장 이름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사립유치원 문제와 관련해 교육당국이 감사관과 유아교육 담당자를 한 자리에 모은 적도 없었다.
사태가 커질 것을 우려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정책 방향을 결정한 셈이다.
설세훈 교육복지정책국장은 "국민 눈높이에 맞게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이날 논의한 내용을 18일 전국 시·도 부교육감 회의에서 확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도 국무회의에서 "어느 유치원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다른 곳의 잘못은 없는지, 잘못에 대해서는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 국민이 아셔야 할 것은 모조리 알려드리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사립유치원은 그동안 감시·감독의 사각지대에 있었다"며 "정부는 최대한 빨리 전체 유치원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핵심관계자도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회계 투명성 강화가 유치원 비리근절 대책의 핵심"이라며 "에듀파인을 사립유치원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21일 당정 협의를 끝내고 다음 주께 사립유치원 회계집행의 투명성 강화와 감사체계 정비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종합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 송구하나 억울하다?…한유총 '알맹이 없는 사과' 논란
전방위 압박이 펼쳐지자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유를 막론하고 학부모님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유총은 이날 입장문의 상당 부분을 해명과 기존 주장을 반복하는 데 할애했다.
비대위는 최근 공개된 각종 사립유치원 비리는 "(현재) 회계·감사기준이 사립유치원에 맞지 않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번 사태는 국민이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는 유아교육을 만드는 논의로 이어나가야 한다"며 "학부모 불안과 불신은 확산하는 소모적 양상으로 흘러간다면 모두가 불행해지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이덕선 비대위원장은 "사립유치원에 맞지 않은 회계·감사기준에 의해 '비리'라는 오명을 썼다"며 "누리과정비도 학부모에게 직접 지원하도록 교육부에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사립유치원에 누리과정비와 교사 처우 개선비 등을 지원하는데 사립유치원은 이것이 학부모를 위한 지원이므로 정작 유치원이 받는 정부 지원금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 비대위원장은 "사립은 원아 모집이 안 되거나 교사 급여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으면 모든 재정부담을 원장이 져야 한다"며 "재무회계규칙에 공립과 차별화되는 내용이 반영되도록 교육부와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한유총의 입장 발표에 대해 일부 학부모들과 교육계 관계자들은 '알맹이가 빠진 사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유아교육 관련 업무 경험이 있는 교육당국 관계자는 "겉으로는 사과 같지만 속을 뜯어보면 사립유치원 측이 기존에 했던 주장을 반복한 것"이라며 "앞으로 교육부가 내놓을 대책을 사립유치원들이 순순히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