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비핵화 위한 모든 역할 수행할 준비"
만찬서 한국 문화에 찬사…"판소리 사랑하고 K팝에 열광"
한국전 참전용사·광주 대광여고 학생들도 만찬 초청돼
마크롱 "안보리 결의 준수하는 기저 위에서 원하는 대화 가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각) "안보리 결의안을 전적으로 준수하는 가운데 명확한 기저 위에 대화를 구축할 때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취약해지지 않고 원하는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을 초청한 가운데 이날 오후 대통령궁인 엘리제궁에서 주최한 국빈만찬에서 만찬사를 통해 "북핵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실현을 위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모든 역할을 수행할 준비가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유엔 제재 완화로 북한의 비핵화를 더욱 촉진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제안과 관련해 현재까지 진행된 북한의 비핵화 조치만으로는 제재를 풀기 어렵다는 뜻을 에둘러 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국빈만찬을 통해 마크롱 대통령과 친교를 다졌다.

프랑스 측은 2년 만에 국빈으로 방문한 한국 대통령을 극진히 예우하는 모습이었다.

문 대통령이 도착하기 전 대통령궁 앞마당에는 레드카펫이 깔렸고 의장대원 10명과 40명가량의 군악대가 손님들을 반길 준비를 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먼저 도착한 경제인 중에는 엘리제궁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는 등 조금은 들뜬 모습도 보였다.

검정 수트를 입은 마크롱 대통령과 녹색 드레스 차림의 부인 브리짓 마크롱 여사는 대통령궁 문 앞으로 나와 문 대통령을 맞을 준비를 했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탄 차량이 궁 안으로 들어오자 마크롱 대통령 내외는 차가 멈춘 곳까지 내려와 문 대통령 내외를 맞이했다.

문 대통령은 회색 타이의 수트 차림이었고 김 여사는 검정 꽃무늬 형태의 두루마기가 있는 금색 한복 차림이었다.

음악 연주와 함께 양 대통령 내외가 입장하면서 만찬이 시작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무려 15분 동안 이어진 만찬사에서 문 대통령과 한국 문화에 대한 언급을 이어갔다.

마크롱 대통령은 "변호사이자 청년 투사로서 1980년대에 참여한 민주화 운동과 그 후 정치인으로서 민주주의 건설을 이끈 대통령의 투쟁사를 잘 안다"면서 "문 대통령은 평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인간적 과업을 수행하는 데 문화가 가장 강력한 성공 수단임도 알고 계시다"면서 "유네스코 사무총장 후원 아래 겨레말큰사전 편찬에 프랑스의 지원을 제안하게 돼 기쁘다"고 언급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저희는 가슴을 에는 듯한 판소리의 애절함을 사랑하고 K팝의 폭발적 리듬에 열광하고 있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문 대통령은 답사에서 "나와 마크롱 대통령은 같은 시기에 닮은 모습으로 대통령에 당선돼 지향하는 가치도 비슷하다"며 "닮은 점이 많아 쌍둥이 같기도 하고 연장자인 제가 득을 많이 보는 듯하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이날 만찬에는 특별한 손님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몽클라 장군의 지휘하에 한국전쟁 때 한국에 파병됐던 프랑스대대 소속 재향 군인들이 오늘 저녁 이 자리를 함께한다"며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2016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교육공헌 훈장을 받은 양수경 대광여고 프랑스어 교사에게 반갑게 인사를 청했고, 대광여고 학생들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밝게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파비앙 페논 주한 프랑스대사는 지난달 특강을 위해 대광여고를 방문해 문 대통령의 프랑스 국빈방문 때 이곳 학생들을 초청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