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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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이 새로 구입한 자동차에서 주행 중 엔진 시동이 꺼지거나 화재가 발생한다면 보상받을 길이 열리게 됐다. 내년 1월부터 새 차를 구입한 후 동일한 고장이 반복될 경우 다른 차로 교환 또는 환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일명 '레몬법'이 한국에서도 시행된다.

그동안은 차량 화재 발생시 자차 보험에 가입된 경우 보험개발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제조사 등의 판정 결과가 일치하는 의견이 나왔을 때만 제작사 결함으로 인정돼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레몬법 시행은 자동차 소비자의 권리를 더욱 강화하는 제도가 마련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16일 정부는 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어 이러한 내용을 담은 자동차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지난 7월말 국토교통부는 '한국형 레몬법'을 포함한 자동차관리법 시행에 맞춰 하위 법령인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한 바 있다.

레몬법은 자동차 및 전자 제품에 결함이 있을 경우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교환, 환불, 보상 등을 하도록 규정한 미국의 소비자 보호법으로 1975년 제정됐다. 정식 명칭은 발의자인 상원 의원 워런 매그너슨과 하원 의원 존 모스의 이름을 딴 '매그너슨-모스 보증법(Magnuson-Moss Warranty Act)'으로, 영미권에서 결함이 있는 불량품(하자 있는 상품)을 지칭하는 말로 쓰이는 '레몬(lemon)'에서 유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레몬법이 시행되면 정부는 소비자가 구매한 신차에서 '중대한 하자'가 2회 발생하거나 일반 하자가 3회 발생해 수리한 뒤 또 다시 하자가 생기면 중재를 거쳐 교환·환불이 가능하도록 하고, 자동차 구입후 발생하는 취득세는 새 차 교환 시 이미 낸 것으로 간주해 면제해줄 방침이다.

중대한 하자에 해당하는 장치의 범위에는 법에서 정한 원동기, 동력전달장치, 조향·제동장치 외에 주행·조종·완충·연료공급 장치, 주행 관련 전기·전자 장치, 차대 등이 추가됐다. 이 교체·환불 여부를 결정하는 중재는 법학·자동차·소비자보호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자동차안전·하자 심의위원회에서 이뤄진다.

자동차 제조사는 소비자와 신차 매매계약을 체결할 때 교환·환불 관련 내용을 계약서에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 계약서에는 하자 발생 시 신차로 교환·환불을 보장한다는 내용과 환불액 산정에 필요한 총 판매가격과 인도 날짜 등을 기재해야 하며 자동차 영업사원은 이를 소비자가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레몬법 적용의 핵심은 신차 출고 후 차량 불량 문제가 안전 운행을 그르치는지 여부가 될 전망이다. 단순히 운행 중 엔진경고등이 뜨거나 편의장치 작동 오류 등 일반 하자가 발생한다면 레몬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소비자원이 차량 결함으로 권고하는 사안에 대해선 가급적 제조사들이 수용하고 있다"며 "동일한 결함으로 안전운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가 반복됐을 때 관련 규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강제성 측면에서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레몬법이 시행되고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차량 결함이 발생했을 때 실제 소비자들이 만족스러운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BMW 화재 사태나 다카타 에어백 문제 등은 차량 출고 후 뒤늦게 문제가 발생한 경우여서 레몬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면서 "미국 레몬법과 달리 법적 강제성이 없는 데다 차량 구매후 1년 이내로 제약 기간을 둔 것은 소비자가 보상받기엔 미흡한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