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마약은 아니지만 도박"…게임산업을 보는 정치권의 자세
"국산게임은 마약은 아니지만 도박인 건 확실해요."

한 국회의원 보좌관의 말이다. 그는 '게임산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효자산업인 건 확실하다. 국내 콘텐츠 수출의 60%를 견인하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면서도 "현재 게임산업은 부작용을 뭍고 가는 과거 개발 우선주의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금 늦더라도 건강한 성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오는 2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다. 김 대표가 속한 엔씨소프트는 PC MMORPG(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 '리니지'와 모바일 MMORPG '리니지M'를 서비스하고 있다. 리니지는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는 대표적인 게임으로 꼽힌다.

게임산업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밝지 않다. 지난 11일 열린 보건복지위 국감에서는 '게임업체들에 중독장애 치유부담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WHO가 게임장애를 질병으로 확정하면 이를 바로 받아들이겠다"고도 했다. 게임에 대한 인식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게임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프로게이머가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타이틀을 달고 출전하는 상황에서 게임을 사행물로 바라보는 건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라 항변한다. 다만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는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고백한다.

문제가 되는 확률형 아이템은 유료 아이템의 부작용을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저렴한 금액으로 희귀 아이템을 얻을 수 있게 해 무분별하게 유료 아이템 구입을 막게 한 것이다.

확률형 아이템은 국내 게임산업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업체들의 주머니를 불렸다. 산업의 발전에 상당 부분 공언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그만큼의 부작용도 생겼다. 게임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신도 높아졌다. 정치권의 주장을 '꼰대들의 태클'로만 받아들여선 안되는 이유다.

업계의 자정 노력과 규제 도입을 놓고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어떤 선택에서도 게임산업의 피해는 불가피해 보인다. 업계는 게임이 영화, 음악과 같은 건전한 콘텐츠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한다. 반대로 정치권은 무분별한 규제가 가져올 부작용을 검토해 최선의 선택을 마련해야 한다. "게임산업이 못되길 바라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보건업계 관계자의 말이 뇌리에 남는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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