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의 독주, 팝 본고장서 K팝 변곡점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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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인물의 성과, K팝 장르 주류는 아냐"…도전 축적돼야 도약
세계적인 그룹이 된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서구 팝 시장에서 K팝의 변곡점이 될까.
이들이 주류 팝 음악계에서 일군 성공은 K팝 한류 붐을 타고 일어난 신드롬이 아니란 점에서 현재로선 선구적인 인물의 '독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방탄소년단이란 '킬러 콘텐츠'가 수많은 도전에도 변방에 머무른 K팝을 강렬하게 환기시킨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가요계는 그 파급력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이들의 영향력을 촉매제로 유의미한 기록을 내는 후발 주자들이 생겨난다면, K팝이 팝의 본고장에서 일정 지분을 차지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 싸이 성과와 다른 배경…"핵심은 차별화한 음악 문법"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방탄소년단 성과를 분석하면서 "K팝 아티스트들에게 미국 시장은 마지막 개척지였다"며 "빅뱅, 엑소, 투애니원 씨엘 등의 가수들이 작은 성공을 내며 여러 차례 도전한 시장"이라고 언급했다.
실제 팝 시장은 2000년대 말 이후 인터넷에서 10~20대 주축 팬덤을 일군 2세대 K팝 그룹들이 일정 규모의 공연으로 꾸준히 밟은 무대다.
그중 SM엔터테인먼트는 201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2011년 프랑스 파리에서 소속 가수들의 합동 공연 'SM타운 라이브'를, 빅뱅은 2012년 북미과 유럽을 아우른 첫 번째 월드투어를 열어 K팝 열기를 확인하는 시금석이 됐다.
의미 있는 시도에도 이들 가수는 팝 중심부를 파고들지 못했지만, 2012년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유튜브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충격파를 던졌다.
'강남스타일'에 세계 유튜브 이용자들의 관심도가 집약되면서 싸이는 빌보드 '핫 100'에서 7주 연속 2위란 역사를 쓰며 글로벌 팝 시장에 '강제 진출'했다.
이 신드롬은 유튜브가 일으킨 혁명이 코믹한 B급 성향 콘텐츠에 한순간에 '점화'한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단계적인 성장 끝에 빌보드 정상을 밟은 방탄소년단의 성공과는 '다름'이 있다.
싸이는 미디어 환경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며 생긴 '현상의 성과'라면, 방탄소년단은 '인물의 성과'란 분석이 나온다.
물론 방탄소년단도 유튜브라는 SNS로 탄력을 받았지만 이미 뉴미디어는 K팝 그룹 대다수에 활성화됐기에 차곡차곡 팬덤을 일군 결정적인 차별점은 음악과 메시지란 것이다.
강문 대중음악 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은 외형이 K팝 틀이지만 메시지에 가치관을 녹이는 음악 문법이 기존 K팝과 다르다"며 "1990년대 X세대가 열광한 서태지와아이들 같은 메시지가 아이돌 그룹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며 오랜 기간 사라졌는데, 방탄소년단이 현실적인 이야기로 21세기 밀레니얼 세대를 파고들며 글로벌 팬의 지지를 넓혔다"고 분석했다.
이는 이들을 키운 방시혁 프로듀서가 작년 기자회견에서 "(비주얼, 음악, 퍼포먼스 등) K팝 고유의 가치를 지키면서 방탄소년단만의 가치(자신들의 이야기를 녹이는 진정성)를 더하겠다는 생각이었다"는 설명과도 일맥상통한다.
◇ "팝 시장 달라진 시선 느껴"…K팝 산업 변화해야
고무적인 점은 방탄소년단이 아이돌 그룹이란 점에서 싸이 때보다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아이돌 그룹이 소속된 몇몇 기획사는 방탄소년단 이후 미국 프로모터들이 의미 있는 제안을 해온다고 귀띔했다.
인기 아이돌 그룹이 소속된 한 기획사 이사는 "제안을 보면 방탄소년단 이후 달라진 시선을 피부로 느낀다"며 "주류 팝 시장에선 영어곡만 가능하다는 고정관념을 깨준 덕인 것 같다.
물론 원활한 소통을 위해선 RM처럼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갖추는 건 필수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획사 해외 마케팅팀장은 "지금은 방탄소년단이 주류로 올라선 것이지, K팝 장르가 주류가 아닌 건 분명하다"며 "만약 미국 시장에서 다양한 도전이 축적된다면 K팝이 하나의 흐름을 이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실제 몇몇 그룹은 추진력을 보인다.
지난 12일 첫 번째 정규 앨범으로 미국 시장에 데뷔한 NCT 127은 주요 방송에 출연하고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레드 카펫에 참석하는 등 활발한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이들보다 앞서 두 번의 월드투어로 성장세를 보인 몬스타엑스는 K팝 그룹 최초로 최정상 팝스타들이 출연하는 미국 최대 연말 라디오 쇼인 '징글볼' 투어 6개 도시 공연에 초청됐다.
현지 팬들 요청으로 대표곡 '젤러시'(Jealousy)는 미국 라디오 '모스트 리퀘스티드 라이브'가 발표한 '한 주간 가장 많이 요청된 곡 톱 30' 19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하재근 문화 평론가는 "아시아에선 상당한 위상이 있는 K팝은 팝 시장에선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소수 팬덤만 있었는데 방탄소년단 활약으로 인지도가 넓어졌다"며 "이것이 다른 전체로 바로 연결되진 않겠지만 적어도 K팝에 대한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된 만큼, 좋은 콘텐츠라면 인기로 이어질 발판이 마련됐다"라고 평가했다.
빌보드의 타마르 허만 K팝 전문 칼럼니스트는 유튜브에 공개된 빌보드 대담에서 '코리안 웨이브'로 알려진 K팝은 밀물과 썰물이 있겠지만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방탄소년단 효과가 발현되려면 K팝 산업도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기획사들은 대동소이한 비주얼과 퍼포먼스에 식상한 노래를 부르는 그룹들을 쏟아내면서 '공장서 찍어낸 인형'이란 서구의 선입견을 만들어냈다.
이는 방탄소년단 팬덤 아미가 이들을 K팝 범주에 놓고 싶어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빌보드 실비오 피에로룽 부사장은 "K팝이 질적으로 성장하지 않는다면 J팝처럼 경쟁력을 잃고 추락하는 건 한 순간"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이들이 주류 팝 음악계에서 일군 성공은 K팝 한류 붐을 타고 일어난 신드롬이 아니란 점에서 현재로선 선구적인 인물의 '독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방탄소년단이란 '킬러 콘텐츠'가 수많은 도전에도 변방에 머무른 K팝을 강렬하게 환기시킨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가요계는 그 파급력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이들의 영향력을 촉매제로 유의미한 기록을 내는 후발 주자들이 생겨난다면, K팝이 팝의 본고장에서 일정 지분을 차지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 싸이 성과와 다른 배경…"핵심은 차별화한 음악 문법"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방탄소년단 성과를 분석하면서 "K팝 아티스트들에게 미국 시장은 마지막 개척지였다"며 "빅뱅, 엑소, 투애니원 씨엘 등의 가수들이 작은 성공을 내며 여러 차례 도전한 시장"이라고 언급했다.
실제 팝 시장은 2000년대 말 이후 인터넷에서 10~20대 주축 팬덤을 일군 2세대 K팝 그룹들이 일정 규모의 공연으로 꾸준히 밟은 무대다.
그중 SM엔터테인먼트는 201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2011년 프랑스 파리에서 소속 가수들의 합동 공연 'SM타운 라이브'를, 빅뱅은 2012년 북미과 유럽을 아우른 첫 번째 월드투어를 열어 K팝 열기를 확인하는 시금석이 됐다.
의미 있는 시도에도 이들 가수는 팝 중심부를 파고들지 못했지만, 2012년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유튜브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충격파를 던졌다.
'강남스타일'에 세계 유튜브 이용자들의 관심도가 집약되면서 싸이는 빌보드 '핫 100'에서 7주 연속 2위란 역사를 쓰며 글로벌 팝 시장에 '강제 진출'했다.
이 신드롬은 유튜브가 일으킨 혁명이 코믹한 B급 성향 콘텐츠에 한순간에 '점화'한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단계적인 성장 끝에 빌보드 정상을 밟은 방탄소년단의 성공과는 '다름'이 있다.
싸이는 미디어 환경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며 생긴 '현상의 성과'라면, 방탄소년단은 '인물의 성과'란 분석이 나온다.
물론 방탄소년단도 유튜브라는 SNS로 탄력을 받았지만 이미 뉴미디어는 K팝 그룹 대다수에 활성화됐기에 차곡차곡 팬덤을 일군 결정적인 차별점은 음악과 메시지란 것이다.
강문 대중음악 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은 외형이 K팝 틀이지만 메시지에 가치관을 녹이는 음악 문법이 기존 K팝과 다르다"며 "1990년대 X세대가 열광한 서태지와아이들 같은 메시지가 아이돌 그룹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며 오랜 기간 사라졌는데, 방탄소년단이 현실적인 이야기로 21세기 밀레니얼 세대를 파고들며 글로벌 팬의 지지를 넓혔다"고 분석했다.
이는 이들을 키운 방시혁 프로듀서가 작년 기자회견에서 "(비주얼, 음악, 퍼포먼스 등) K팝 고유의 가치를 지키면서 방탄소년단만의 가치(자신들의 이야기를 녹이는 진정성)를 더하겠다는 생각이었다"는 설명과도 일맥상통한다.
◇ "팝 시장 달라진 시선 느껴"…K팝 산업 변화해야
고무적인 점은 방탄소년단이 아이돌 그룹이란 점에서 싸이 때보다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아이돌 그룹이 소속된 몇몇 기획사는 방탄소년단 이후 미국 프로모터들이 의미 있는 제안을 해온다고 귀띔했다.
인기 아이돌 그룹이 소속된 한 기획사 이사는 "제안을 보면 방탄소년단 이후 달라진 시선을 피부로 느낀다"며 "주류 팝 시장에선 영어곡만 가능하다는 고정관념을 깨준 덕인 것 같다.
물론 원활한 소통을 위해선 RM처럼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갖추는 건 필수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획사 해외 마케팅팀장은 "지금은 방탄소년단이 주류로 올라선 것이지, K팝 장르가 주류가 아닌 건 분명하다"며 "만약 미국 시장에서 다양한 도전이 축적된다면 K팝이 하나의 흐름을 이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실제 몇몇 그룹은 추진력을 보인다.
지난 12일 첫 번째 정규 앨범으로 미국 시장에 데뷔한 NCT 127은 주요 방송에 출연하고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레드 카펫에 참석하는 등 활발한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이들보다 앞서 두 번의 월드투어로 성장세를 보인 몬스타엑스는 K팝 그룹 최초로 최정상 팝스타들이 출연하는 미국 최대 연말 라디오 쇼인 '징글볼' 투어 6개 도시 공연에 초청됐다.
현지 팬들 요청으로 대표곡 '젤러시'(Jealousy)는 미국 라디오 '모스트 리퀘스티드 라이브'가 발표한 '한 주간 가장 많이 요청된 곡 톱 30' 19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하재근 문화 평론가는 "아시아에선 상당한 위상이 있는 K팝은 팝 시장에선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소수 팬덤만 있었는데 방탄소년단 활약으로 인지도가 넓어졌다"며 "이것이 다른 전체로 바로 연결되진 않겠지만 적어도 K팝에 대한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된 만큼, 좋은 콘텐츠라면 인기로 이어질 발판이 마련됐다"라고 평가했다.
빌보드의 타마르 허만 K팝 전문 칼럼니스트는 유튜브에 공개된 빌보드 대담에서 '코리안 웨이브'로 알려진 K팝은 밀물과 썰물이 있겠지만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방탄소년단 효과가 발현되려면 K팝 산업도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기획사들은 대동소이한 비주얼과 퍼포먼스에 식상한 노래를 부르는 그룹들을 쏟아내면서 '공장서 찍어낸 인형'이란 서구의 선입견을 만들어냈다.
이는 방탄소년단 팬덤 아미가 이들을 K팝 범주에 놓고 싶어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빌보드 실비오 피에로룽 부사장은 "K팝이 질적으로 성장하지 않는다면 J팝처럼 경쟁력을 잃고 추락하는 건 한 순간"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