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 보관 필요 없고 코에 분사…세계 첫 비강흡입 백신 개발 박차"
“전 세계 사람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해 혜택을 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우리의 백신후보물질은 냉장 보관이 필요 없고 코에 분사하기 때문에 자가 투여가 가능합니다.”

최근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만난 김동호 엔에이백신연구소 대표의 말이다. 올 2월 설립 이후 6개월 만인 지난 8월 총 7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벤처캐피털 등을 통해 40억원을 투자받았고,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프런티어벤처기업으로 선정돼 30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세계 첫 비강흡입 백신 개발할 것”

엔에이백신연구소는 백신 아쥬반트(보강제) 개발에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아쥬반트는 백신의 효과를 강력하게 만드는 물질이다. 백신은 약화된 질환 유발물질(항원) 등을 넣어 면역반응을 통해 몸 안에 대응체계를 만드는 의약품이다. 예방백신과 치료백신 등이 있다. 김 대표는 “백신이 비싼 것은 면역반응을 이끌어낼 항원을 만드는 것이 어렵고, 생산설비가 비싸기 때문”이라고 했다.

기존 기술은 항원을 만들고 백신을 생산하는 데 최소 6개월이 필요하다. 그는 “기존에 알려진 항원을 아쥬반트에 붙여 생산기간을 1개월 이내로 단축했다”며 “현재 연간 20만 도즈(20만 명 투약분)를 생산할 수 있다”고 했다.

기존 백신은 냉장보관이 기본이다. 주사제이기 때문에 주사기와 의료인력도 있어야 한다. 반면 이 회사의 백신은 상온 보관이 가능하다. 천식 치료제처럼 코에 분사하는 방식이어서 의사나 간호사도 필요 없다. 이 때문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오지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코 점막에 있는 면역세포들이 반응해 체내 면역을 유도하기 때문에 비강 흡입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강 흡입형 백신이 개발되면 세계 최초다.

◆“동물백신 개발도 기대”

엔에이백신연구소는 면역증가제와 예방백신 및 암백신, 동물용 백신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올해 5종의 전임상을 진행하고, 내년 최소 3종에 대한 임상 1상을 목표하고 있다. 김 대표는 “프랑스 세픽에 동물용 백신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며 “흡입형 제품에 대한 검증은 끝난 상태”라고 말했다. 연간 최소 50억원 이상의 공급계약을 기대 중이다.

엔에이백신연구소는 동물백신 사업부문을 분사할 예정이다. 연 1000만 도즈 규모의 생산공장 설립도 계획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인간 예방백신, 면역항암제, 만성피로증후군 등 분야별로 사업을 분사해 유연한 조직체계를 갖추려는 것”이라고 했다.

후보물질 2개 이상이 임상 2상 단계에 있을 2021년께 기업공개(IPO)도 고려 중이다. 미국 텍사스대에서 분자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은 김 대표는 시티오브호프병원 베크만연구소의 RNAi(RNA간섭) 센터에서 4년간 센터장을 지냈다. RNAi 기술로 미국에서 창업한 셀루넥스는 2년 만인 2006년 나스닥 상장사에 매각했다. 김 대표는 RNAi 기술을 세계 최초의 RNAi 치료제를 개발한 앨라일람, 다이서나 등에 각각 2004년과 2005년 기술수출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설립해 2015년 코넥스에 상장한 제놀루션은 지난해 매각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