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의무 저버린 범죄혐의 수사 관련 의혹 보도에 공익적 필요성"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자신을 두고 "간첩활동을 했다"는 등의 보도를 한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김동국 부장판사는 이 전 의원이 조선일보와 TV조선 및 소속 기자와 프로그램 패널 등을 상대로 "허위 사실을 적시한 방송으로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들 매체는 이 전 의원의 내란음모 등 혐의 사건 수사가 한창이던 2013년 9월 방송 프로그램이나 기사에서 "이 전 의원이 북한을 위해 간첩활동을 했다"거나 "아들에게 '주체사상을 열심히 공부하라'고 했다"는 등의 보도를 했다.

이 전 의원이 속한 지하조직이 북측과 이메일 등으로 연락을 했고, 복구된 이메일 중에는 '북한 잠수함 지원방안을 준비하라'는 내용이 있다는 보도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이 이러한 보도의 객관적 근거나 취재 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개인의 사회적 평가가 다소 저하될 수 있더라도 악의적이었다거나 심각하게 경솔한 공격이라 보기 어렵다"며 이 전 의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회의원의 법적 지위와 영향력을 고려할 때, 그 의무를 근원적으로 저버리는 내용의 범죄혐의로 수사를 받는 상황이라면 이에 대한 보도는 언론의 감시·비판·견제 기능을 위해 폭넓게 보장돼야 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원고의 범죄혐의 내용이 국회의원이 저질렀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충격적이고 중대하므로 이에 대한 의혹을 신속히 보도할 공익상 필요가 크다"며 "실제 유죄가 확정된 범죄사실 등을 고려하면 보도 내용처럼 원고가 반국가단체인 북한과 연계돼 범죄행위를 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하기에 충분하다"고도 했다.

이 밖에도 한화갑 전 의원이 방송 패널로 나와 한 "간첩활동을 했다"는 발언은 평가가 들어간 의견 개진에 불과하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