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대구 광주 집값 상승 거품 아니다"
◆대구 수성구, 9억원 실거래 등장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대구 수성구 만촌동 ‘만촌화성파크드림3차’ 전용 84㎡아파트(15층)가 9억원에 거래됐다. 대구에서 전용 84㎡ 아파트가 9억원대에 거래된 첫 사례다. 지난 1월 같은 평형이 7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아파트다. 이 단지는 지난 2016년 4월 입주했다. 9억원대 돌파를 앞둔 아파트 단지들도 여러 곳이다. 대구의 대치동으로 불리는 범어동의 인기 아파트들은 호가가 9억원대를 오가고 있다. 범어동의 대표 아파트 중 한 곳인 ‘범어롯데캐슬’(2009년 입주)은 9억8500만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마지막 실거래는 지난 3월 8억5000만원이었다. 한국감정원의 10월 아파트 시세도 8억9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범어SK뷰’(2009년 입주)는 호가가 9억7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이 단지의 아파트 시세는 9억3000만원으로 실거래 없이 9억원을 훌쩍 넘었다. 올해 2월 입주를 시작한 ‘범어효성해링턴플레이스’는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달 13층이 9억2000만원에 거래 완료됐다. 입주 후 아직 국토교통부에 신고된 실거래 건수는 없다.
수성구의 아파트 분양권은 9억원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이달 입주를 시작하는 범어동 ‘더하우스 범어’ 전용 84㎡ 분양권은 이미 지난 8월 9억원대에 거래됐다. 8월 9억120만원, 9월 9억7320만원에 각각 실거래가 이뤄졌다. 만촌동 ‘만촌 삼정그린코아 에듀파크’(2018년10월 입주)도 9월 9억250만원에 분양권이 매매됐다. 내년 9월 입주 예정인 ‘범어센트럴푸르지오’는 지난 8월 8억5230만원에 거래되고, ‘범어라온프라이빗2차’(2019년11월 입주)도 9월 8억6100만원에 거래돼 9억원대를 넘보고 있다.
◆명문학군 갖춘 대구의 ‘대치동’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방 대도시의 인구가 줄어들고, 빈집이 늘고 있지만 반면 인기지역의 선호도는 더 커지는 양극화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를 ‘초양극화 사회’라고 표현한다. 그는 “빈집은 늘어나고, 인구는 감소하지만 지방 대도시의 집값이 다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학군이 좋고, 커뮤니티가 잘 조성된 신규 단지에는 더욱 사람들이 몰려 가격이 급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범어동은 명문고등학교인 경신고, 대구여고, 정화여고 등이 있고, 학원가가 활성화돼 있다. 대구지하철2호선 범어역을 중심으로 고등검찰청, 법원 등 사법기관과 범어시민체육공원 등도 있어 교통·학군·상업시설·일자리 등이 모두 갖춰져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올해 자율형사립고에서 일반고로 전환된 경신고에 들어가기 위해 인근 아파트 단지로 학부모들이 몰리면서 집값이 급상승하고 있다. 수성구는 올해 9월까지 아파트값이 5.77%가 상승했다. 이미 지난 한 해 상승률(3.14%)을 훌쩍 뛰어 넘었다. 범어동은 물론 인근 만촌동 아파트 전용 84㎡는 9억원을 넘거나 7~8억원에 실거래되고 있다.
◆광주 봉선동도 10억원 육박
전라남도 광주는 대구보다 아파트값 상승세가 더 거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광주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2.1%로 대구(1.5%)보다 높다. 9월에만 0.65% 상승했다. 자치구별로는 지난달 광산구(1.38%)와 남구(1.14%)가 각각 1% 이상씩 오르며 연중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광주의 인기 지역인 남구 봉선동은 아파트 매물을 찾기가 힘들다. 학군이 뛰어나 주거 선호도가 높은 봉선동의 대표 아파트인 ‘봉선한국아델리움3차’(2014년11월 입주) 전용 84㎡ 아파트는 지난 8월 중순 9억9000만원(15층)에 실거래됐다. 올해 1월 같은 주택형이 5억7000만원~6억2300만원 사이에 매매됐다. 1년도 안되서 4억원 이상 가격이 올랐다. 봉선동 ‘제일풍경채엘리트파크’(2016년12월 입주)도 호가가 9억원에 형성돼 있다. 지난 4월 6억3700만원에 거래됐고, 두 달 뒤인 6월엔 7억3000만원까지 상승했다.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광주의 매매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지난해 입주한 동구 학동 ‘무등산아이파크’는 지난 9월 6억3000만원(26층)에 실거래됐다. 올 초 3억6200만원, 6월 4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상승세다. 매물이 거래될 때마다 신고가 행진 중이다. 현재 호가는 7억원대에 진입했다. 시세가 단기간에 급등하자 계약이 중도에 파기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무등산아이파크 외에도 분양가 대비 2배 정도 오른 새 아파트들이 수두룩하다.
전문가들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도심 정비사업과 새 아파트 희소성이 일부 단지의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그동안 도심에 대단지 아파트가 부족했지만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공급되기 시작하면서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센터장은 “지역 유지들이 특정지역 선호에서 나아가 특정단지 선호가 커지고 있다”면서 “특히 단지 내 커뮤니티가 조성이 잘 돼 있는 중대형 새 아파트 단지를 1순위로 꼽는다”고 말했다. 봉선동에서 두번째 새 아파트인 ‘봉선지웰’(2015년9월 입주)은 전용 84㎡가 지난 9월 4억1000만원에 매매됐다. 인기 아파트들과 3~5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
정부의 규제지역이 아니라는 점도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다. 조정지역이 아닌 탓에 여러 채의 집을 갖고 있다 팔더라도 양도소득세가 중과되지 않는다. 1년만 보유한다면 일반세율로 양도세를 부담한다. 광주 평균 전세가율도 76%로 높은 편이라 투자금액이 적은 편이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