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신용호 창립자·신창재 회장
故 신용호 창립자·신창재 회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대(代)를 이어 문화훈장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문화훈장은 문화예술 발전에 공을 세워 국민 문화 향상과 국가 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이에게 정부가 수여하는 훈장이다.

부친인 고(故)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가 1996년 기업인으로는 처음 금관훈장을 수훈한 데 이어 이번에 신 회장이 은관훈장을 받는다. 이로써 신 회장은 부자(父子)가 대를 이어 훈장을 받는 진기록을 세웠다.

신용호 창립자는 교육보험과 교보문고를 통해 국민교육 진흥에 이바지하고 공익재단을 설립해 문화예술 발전에 힘쓴 공로를 인정받았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신 창립자의 신념은 국내 최대 서점인 교보문고 설립으로 이어졌다. 광화문의 명물인 ‘광화문글판’도 그의 아이디어로 1991년부터 내걸리기 시작했다.

신 창립자의 문화예술에 대한 열정은 아들인 신 회장에게 고스란히 이어졌다. 신 회장은 선대의 유지를 이어가며 더욱 체계적인 후원으로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했다. 교보생명 입사에 앞서 서울대 의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1993년부터 대산문화재단 이사장을 맡았다. 대산문화재단은 한국 최대 문학상인 대산문학상을 운영하고 있으며 대산창작기금, 대산대학문학상 등을 통해 역량있는 신인 작가를 발굴해 문학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재단의 한국문학 번역·출판 지원사업은 한국문학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동안 박경리, 황석영 씨 등 한국 대표작가의 작품 520편을 번역하고 310편을 해외에 출판했다. 소설가 한강 씨의 《채식주의자》가 영국에서 출판될 수 있도록 지원해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하는 데 힘을 보탰다.

신 회장은 국내 최대 서점 교보문고와 광화문글판을 통해서도 문학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신 회장의 제안으로 2000년부터 운영되는 광화문글판문안선정위원회는 광화문글판을 통해 시민에게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김영호 한국메세나협회 회장은 “교보생명의 체계적인 문화예술 지원은 한 차원 높은 사회문화적 가치를 창출하는 모범적인 메세나 활동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 11월에는 한국과 프랑스의 문학과 사상 교류에 공헌한 점을 높이 평가받아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종도뇌르’ 훈장을 받기도 했다.

문화훈장 수훈식은 오는 24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멀티프로젝트홀에서 열린다. 이번 수훈식에선 고 정지용 시인과 고 황병기 가야금 명인에게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고, 신 회장을 비롯해 염무웅 영남대 명예교수, 조흥동 대한민국예술원 부원장 등이 은관문화훈장을 받는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