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대기업 공익법인의 재산 검증 대상을 확대하고 정기 세무조사도 강화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8월엔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익법인의 계열사 의결권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사정기관들이 공익법인에 압박 강도를 경쟁적으로 높이는 양상이다.

국세청 국세행정개혁위원회는 17일 회의를 열고 공익법인 관리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공익법인은 사회복지, 장학, 문화예술 등 사회 일반의 이익을 목적으로 설립한 회사를 말한다. 삼성생명공익재단, 아산나눔재단, 포스코교육재단 등이 대표적이다. 국세청은 작년부터 공익법인이 출연받은 재산을 공익 목적으로 제대로 쓰는지 검증해왔는데 앞으로는 세법 준수 여부 전반을 살피는 세무조사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조만간 공익법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정기 세무조사 선정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일반 법인 중 세무조사 대상을 선정할 때는 매출과 이익의 차이 등 수익 사업의 문제 여부를 주로 본다”며 “하지만 이 기준으로는 비수익 사업이 많은 공익법인을 조사 대상으로 삼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이에 따라 앞으로 공익법인 특성을 반영한 별도 선정 기준을 마련한 뒤 기준에 미달하는 공익법인을 대상으로 포괄적인 세무조사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재산 검증 대상도 확대한다. 국세청은 올해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 200여 곳을 검증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대상을 더 늘리기로 했다. 주요 검증 사항은 보유자산 처분의 불명확성 여부, 계열사 주식 과다 보유 여부 등이다. 검증과 조사를 통해 파악된 탈루 유형 등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사후관리에 활용한다. 전산분석시스템을 고도화해 지능적인 편법까지 잡아내겠다는 의도다.

공익법인에 칼날을 들이대는 곳은 국세청뿐만이 아니다. 공정위 역시 올 1월부터 7월까지 대기업 공익법인 165곳을 실태조사했다. 공정위는 공익법인이 계열사 주식으로 총수의 지배력을 키우고 있다고 보고 8월 공익법인의 계열사 의결권을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정부가 공익법인을 압박하는 이유는 몇몇 대기업이 총수의 지배력을 높이려고 공익법인을 활용하거나 상대적으로 감시가 덜한 점을 이용해 탈루를 저지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사정기관들의 전방위적 압박이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을 위축시킬지 모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혁신팀장은 “위법 행위를 바로잡는 건 필요하지만 공익법인은 잠재적 범법단체라는 식의 왜곡된 인식이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