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일본의 시골카페는 어떻게 스타벅스를 이겼나
커피전문점 사자(SAZA)커피의 본점은 일본 이바라키현 히타치나카시에 있다. 인구 15만 명에 불과한 이 작은 도시를 중심으로 사자커피는 일본 전역에 12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1288개(2017년 6월 말 기준)로 일본에서 커피 매장 수 1위를 달리고 있는 스타벅스나 2위 도토루(1120개), 3위 고메다(764개)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치는 숫자다. 놀라운 점은 사자커피 본점이 있는 이바라키현에선 스타벅스와 고메다가 사자커피의 인기를 뛰어넘지 못하고 고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골의 작은 카페 브랜드가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를 제치고 인기를 끄는 비결은 무엇일까. 기자 출신 경영컨설턴트인 다카이 나오유키는 《시골 카페에서 경영을 찾다》라는 책을 통해 히타치나카시를 명소로 만든 사자커피의 경영 기법을 분석했다.

1969년 이바라키현의 23.14㎡ 매장에서 시작한 사자커피 본점은 5가지 성공 비결을 갖추고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교외에 나온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번화가에서 보기 힘든 탁 트인 경치와 정원을 갖췄다.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딱딱하고 오래 앉기 힘든 의자를 놓는 다른 카페와 달리 오랫동안 충분히 커피를 즐기고 가라며 안락한 공간과 넓고 편한 의자를 마련했다. 소형 카페 브렌드임에도 콜롬비아에 직영농장을 두고 고급 생두를 들여온다. 매장 입구에서 식기류와 잡화를 판매해 기다릴 때 구경하는 재미를 준다. 미술 갤러리도 꾸며놨다. 짧은 시간 빨리 먹기 위한 커피는 이제 편의점에서 값싸게 즐길 수 있는 시대다. 사자커피는 1시간 이상 느긋하게 좋은 향과 맛의 커피를 즐길 이들을 주요 고객으로 삼았다.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이에 맞는 훌륭한 원두와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에게 커피맛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보여줬다.

진입장벽이 낮고 운영이 쉽다는 이유로 카페업종은 늘 포화상태다. 쉽게 생기는 만큼 쉽게 망하는 카페가 많은 현실 속에서 50년 동안 작고 소박하지만 나름의 철학과 원칙을 가진 사자커피의 성공 사례를 통해 경영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알게 해준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