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라오스 눈에 비친 '이상한 나라' 한국
라오스 사람들이 보기에 한국은 참 ‘이상한 나라’다. 여행과 예능을 결합한 TV 프로그램 하나가 인기를 끌었을 뿐인데 갑자기 한국인 관광객이 물밀듯이 들어왔다. 지난해에만 약 17만 명의 한국인이 라오스를 찾았다. 이렇다 할 수출품이 없는 라오스 정부로선 이처럼 고마운 외화벌이가 없다.

지난 7월 발생한 세피안-세남노이댐 붕괴 사고와 관련한 한국의 대응 방식도 라오스인의 사고 구조로는 풀 수 없는 수수께끼다. 천재(天災)를 주장할 줄 알았던 한국 사회가 거꾸로 인재(人災)임을 강변하고 나서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라오스 남동부 아타프주에 건설 중이던 수력발전용 댐은 SK건설이 시공을 맡았고, 태국 측이 감리를 담당했다.

라오스 댐 붕괴는 급진전 중인 한·라오스 관계를 감안하면 아주 미묘한 사안이다.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서 만난 한인 기업가는 “이곳 정부 관료들은 댐 붕괴 사고가 자칫 한국인 관광 물결을 중단시키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라오스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경험자인 일본 전력회사 도쿄전력 등으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어떤 조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한치의 부정이 없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다.

수해 당사자인 라오스의 신중함과는 대조적으로 한국에선 ‘자중지란’이 벌어지고 있다. 사고 발생 직후 김병숙 한국서부발전 사장은 국회에 출석해 "댐 사고 4일 전 11cm 침하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의 질의에 대한 '팩트' 전달이라는 게 서부발전측 설명이지만 김 사장의 발언은 진상조사가 진행되기도 전에 시공사에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급기야 지난 15일엔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SK건설이 지나치게 이윤을 추구하려다 부실 설계를 했다고 주장했다.

라오스 정부는 8일 실종자 수색작업을 공식 종료하고, 진상조사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결과는 이르면 내년 1월께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100여 명이 넘는 사망·실종자와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이번 사고가 인재로 결론난다면 그에 따른 책임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은 전문가 진단이 나온 이후에 결정할 사안이다. 글로벌 발전 시장에서 한국전력과 경쟁하는 도쿄전력은 지금 이 순간에도 한국 발전소 시공기술의 총체를 샅샅이 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