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계획서 제출 예외 규정 악용…조합 따라 무자격자가 절반 육박도
농협, 농사 안 짓는 무자격 조합원 수만명…"선거 시비 우려"
농협중앙회가 농사를 짓지 않아 조합원이 될 수 없는 '무자격 조합원'이 연간 수만명에 이르는데도 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조합원 194만8천481명(이달 7일 현재)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무자격 조합원 7만4천872명을 적발했다.

지역 농축협은 이 가운데 5만754명을 탈퇴 처리했고, 나머지 2만4천118명에 대한 탈퇴 절차를 밟고 있다.

김 의원은 "농협중앙회는 이달 8일 이후 조합원 24만2천205명을 상대로 실태조사를 벌여 더 많은 무자격 조합원을 솎아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협 조합원이 되려면 당연히 농업에 종사해야 한다.

다만, 농협법 시행령 제4조 2항에 따르면 천재지변, 살처분, 토지·건물의 수용 등으로 농축산업을 영위하기 힘든 경우 1년에 한해 영농계획서를 제출해 조합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예외규정을 악용해 농사를 짓지도 않으면서 영농계획서만 내 조합원 자격을 가진 경우가 상당수라는 점이다.

김 의원은 "1년이 넘도록 영농계획서만으로 계속 조합원 자격을 유지한 이들이 이듬해 조합원 실태조사에서도 걸러지지 않고 조합원으로 남아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농협중앙회는 3월 전국 지역 농·축협에 내려보낸 '2018년도 조합원 실태조사 추진계획'에서 주된 위반 사례이자 주요 감사 지적사례로 '불가피한 사유 없이 영농(양축)계획확인서를 받은 지 1년이 지나도록 무자격자를 방치하는 경우'를 꼽은 것으로 드러났다.

개별 조합별로 들여다보면 2014년 세종중앙농협의 조합원 2천15명 가운데 영농계획서를 제출하고 '1년 이상' 조합원 자격을 유지한 무자격 조합원은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918명이나 됐다.

이곳은 2016년 10월에도 영농계획서를 이유로 자격을 유지한 이들이 1천998명 가운데 861명으로 조사돼 조합이 자격 미달 조합원을 방치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2016년 10월 농식품부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말 현재 순정축협은 조합원 4천18명 가운데 양축계획서를 2년 이상 방치시킨 무자격 조합원이 1천451명으로 조사됐다.

장흥축협은 이 같은 경우가 2천18명 가운데 325명이었다.

용인축협은 1년에 한 번만 낼 수 있는 양축계획서를 4년간 3회 이상 제출한 사람이 83명에 이르렀다.

2014∼2015년 연속해서 양축계획서를 낸 사람은 63명이었고, 2회 이상 양축계획서만 내고 실제로 가축을 기르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의령축협은 2013∼2015년 조합원 실태조사에서 매년 500∼600명이 사망, 이주, 가축 미사육 등으로 조합원 자격이 없었지만 탈퇴시키지 않고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영농계획서 남용이 무자격 조합원을 방치하게 하는 주원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농협중앙회는 이에 대한 실태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이 때문에 내년 3월 전국 동시 조합장 선고 무효 시비가 빗발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고성축협은 2014년 조합원 자격 없는 사람 가운데 일부가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면서 2015년 조합장 선거에서 분쟁이 빚어진 바 있다.

당선자가 불과 4표 차이로 승리했기 때문에 자격 시비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농협중앙회는 영농계획서를 제출하고 자격을 인정받은 조합원 숫자, 제출 후 1년이 지나도록 농축산업에 복귀하지 않은 무자격 조합원 실태를 조사해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