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들 카카오 반감 확산…"카풀서비스는 대기업 욕심 채우기"
시민들은 카풀 서비스에 찬반 갈려 전국 택시업계 종사자들이 운행중단을 예고한 18일 오전 출근길, 우려했던 '택시 대란'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날 오전 5시께 신촌, 홍대 입구 등 서울 시내 번화가 근처에서는 '빈차' 표시등을 켜고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강동구 천호동 먹자골목 입구 주변에는 택시 7대가 줄지어 있었다.
술자리를 끝내고 나온 이 모(29) 씨는 "오늘 오전 4시부터 파업을 한다고 해서 걱정은 했다"며 "하지만 여기는 택시를 기다리지 않고 탈 수 있는 곳"이라며 택시에 올라탔다.
손님을 기다리던 택시기사 서 모(60) 씨는 "지금은 아직 별다를 게 없다"고 전했다.
강남대로 등 서울 시내 도로 곳곳에서도 손님을 태운 택시가 눈에 띄었다.
뒷유리창에 '카풀 앱 불법 자가용 영업'이라는 문구를 붙인 택시들도 있었다.
택시업계가 이날 오전 4시부터 운행중단에 들어간다고 예고했지만, 기사들은 사납금을 벌어야 하는 등 '밥벌이' 문제로 영업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2시부터 택시운행을 했다는 법인택시 기사 구 모(52) 씨는 "개인택시는 모르겠지만 법인택시는 사납금을 빼주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오후에 열리는 집회도 간부나 (오늘 운행을) 쉬는 사람만 갈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택시기사 역시 "출근 시간에는 (돈을) 벌어야 하니까 뛴다"며 "택시기사들도 시민들 불편을 생각해 출·퇴근 시간에는 운행할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출근하는 시민들이 카카오택시'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택시를 잡는 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오전 7시께 상왕십리역 인근에서 휴대전화로 택시 호출 화면을 연신 들여다보던 회사원 유 모(29) 씨는 "거의 매일 택시를 타는데 오늘 유난히 택시가 없긴 하다"고 말했다.
유씨는 5분가량 택시를 기다리다 결국 버스를 타고 회사로 향했다.
오전 8시 30분께 신촌역 1번 출구 앞에서 카카오택시 앱으로 택시를 잡던 배 모(22) 씨 역시 "평소 5분이면 잡히는데 15분째 안 잡히고 있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같은 시각 잠실에서 서초구 염곡동까지 택시를 타고 온 직장인 박모(30)씨는 "카카오택시가 20분 동안 안 잡혀 직접 (밖에 나와서) 잡았다"고 말했다. 한편 택시 기사들 사이에서는 카카오의 카풀사업 진출을 두고 반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개인택시 기사는 "카풀은 카카오의 욕심 채우기"라며 "카풀은 검증 없이 개인이 (운행)하는 것이라 안전 문제도 있고, 사고가 났을 때 처리도 애매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택시기사도 출·퇴근 택시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요새 출·퇴근 시간에 택시 못 잡아 출근 못 하는 사람은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카풀 서비스 도입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직장인 이승재(27)씨는 "그동안 택시 요금이 조금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더 저렴하게 (이동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나왔다고 본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윤재(29)씨 역시 "시민들에게는 선택지가 늘어나는 것이라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카풀을 '대기업의 횡포'로 보고 반대하거나 택시기사들의 생존권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남모(48)씨는 "대기업보다는 택시기사들이 먹고살아야 하지 않나"라며 "택시기사가 카카오를 이길 수 없다.
카카오에 무조건 반대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시민은 "카풀 서비스가 도입되면 편할 것 같긴 하다"면서도 "택시가 이미 지나치게 많은 상황에서 카풀까지 생기면 택시기사들의 생계가 위협받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날 출근길 택시 혼잡은 피했지만, 오전에는 택시를 운행한 기사 상당수가 오후 2시 광화문 집회에 나갈 수도 있어 오후와 퇴근길에는 택시 운행중단에 따른 혼란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서울시는 운행중단 비율이 높아지면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 막차 시간을 1시간 연장하고 운행 대수를 증편할 계획이다.
/연합뉴스